지난 8월 30일자 가톨릭시보「독자논단」은 한마디로 술취한 사람의 두서없는 불평을 토로한 횡설수설이었다. 이 독자는『가톨릭 신자나 성직자는 자기 만족의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하고 가톨릭 신자들의 개인 신앙생활까지 들추어 시비를 걸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엉뚱하게「가톨릭Y」지나「KH지」같이 지적 정서적 분위기에도 미달 혹은 맞지도 않는 책을 왜 돈을 들여 꼬박꼬박 박아내는가? 교회를 위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도 비평을 초월한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나무라면서 그야말로 좌충우돌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독자가 가톨릭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없다. 색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것이 변색한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나 성직자가 자기 만족의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도매금으로 몰아치우려는 것은 확실히 독자 자신이 어떤 자기중심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증거가 아닐까? 피상적인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은 백해무익한 일이며 그 비판가의 무지와 무분별을 폭로할 따름이다.

비판에는 뼈대가 있어야 한다. 확고한 원리와 현실에 입각한 객관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이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독자는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시간에 급히 와서 한 시간 동안 중얼중얼 경문을 외고는 집에 돌아가기에 바쁘다느니 가톨릭신자는 모두 신앙이 부족하다느니 나의 교회, 내가 일함으로써 움직여지는 교회의 실감이 안 생기느니 하면서 개인의 순수한 신앙생활에다 메스를 가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남을 판단하지 말라고 엄하게 경고하시지 않았는가. 더구나 순전히 하느님과 그 교회에 대한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트집 잡거나 판단한다는 것은 자기 눈의 들보는 그대로 두고 형제의 눈에서 티끌을 끄집어 내려는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신앙생활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다만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이다.

이 독자가 말하고 있는「비현실적인 활동」이니「부르주아적 근성」이니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쏭달쏭한데다가 뒤를 이어 가톨릭에서 출간되는「가톨릭 Y」지와「KH지」를 지적 정성적 분위기에 미달된 혹은 맞지도 않는 잡지로 규정하고, 그 무용론에 펴는가 하면 가톨릭 출판물 중에는 신심에 관한 책은 많이 있지만 그리스도교 문전에서 서성대는 사람에게는 읽을 만한 책이 없다고 단언하고 그것도 교회 깊숙이 수장되어 있다고 통박하고 있으니 교회가 어느 종류의 서적을「금서」로 압수하였거나 그렇지 않으면 일반 공개를 억제하고 파묻어 잡을 수가 없다. 도대체 이 독자가 말하는「지적ㆍ정서적 분위기」는 무엇을 뜻하는가? 잡지의 편집 방침 어떤 논문이나 작품의 내용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개인적인 비판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 수 없는 모호하고 추상적인「지적ㆍ정서적 분위기」에도 미달하는 혹은 맞지 않는 잡지를 돈을 들여 만드는가라고 호통을 치고 있는 데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이 독자가 정말 매스ㆍ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우선 이러한 교회 잡지를 읽고 건설적인 건의나 비판을 했어야 할 것이다. 물론 필자도 가톨릭 출판물의 재정적 빈약은 솔직히 인정한다. 오늘의 한국 가톨릭교회는 확실히 크게 변혁되고 현대화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교회의 현대화나 쇄신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교회의 현대화나 쇄신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백성의「마음의 회심」에 있고, 교회 전례생활 규범, 기구, 방법 등에 한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상기한「독자논단」같은 것은 선의의 다른 많은 독자들에게 마음의 혼란만을 가져올 뿐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거듭 지적하면서 신문사 측에서도 이러한 논단 이용은 신중히 고려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투고 환영합니다. 교회 내외 어떤 문제라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