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였다 두시간이나 시가를 누비며 드디어 데모 행진은 대집회 광장에 도달했다. 천오백 미터의 긴 데모대의 마지막 대열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몇번이고 방해를 놀던 반대데모 분자들이 옥외연단 가까이까지 와서 아직도 잡음을 일으킨다. 그러자 한 소녀가 연단에 뛰어 올라가더니 티없이 맑고 발랄한 목소리로 『WE SHALL OVER-COME…』(우리는 언젠가 이 모든 것을 쳐이기리…)이란 팝송을 선창하니 과반수가 청소년층이라 억압된 미국흑인들의 이 노래는 광장을 진동하는 대합창으로 번져나갔다. 반대데모대들은 압도되어 어딘가 암흑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것은 지난 4월12일 북독일 「하노퍼」시에서 「낙태 금지법」철폐에 반대하는 가톨릭 및 신교신자들의 데모의 한 장면이다. 그 시에서는 때마침 사민당전당대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생명을 위한 자유」와 「만인에게 생명권을」이란 구호아래 20대의 젊은 두 쌍의 부부가 주동이 된 이 메모는 그 뒤에 일어난 각지의 일련의 대대적인 데모의 점화점이 되었다. 성자유화 3개월 이내 낙태의 합법화의 물결에 도전해서 거리로 나온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심정은 미국 흑인의 소수파의 비장한 용기와 일맥상통한 것이 있었기에 젊은 세대의 심혼의 촉발적인 공명을 자아내었던 것이다.
16세부터 20세까지의 소위 하이틴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던 이 데모들은 그 어느 누구의 종용도없이 자발적으로 주교단의 성명과 주교들 개인의 발언에 호응하며 병행해서 일어났는데에 그 힘과 특징이 있다. 낙태자유화에 말로만 반대하지 않고 또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지않는다. 가톨릭의 평신도단체들은 복음교회 당국과의 협조아래 산모의 사회적인 곤궁과 개인적인 불행을 덜게하기 위해 포괄적이고도 실질적인 원조의 손을 펴고 있다. 「까리따스」 「가족동맹」 「가톨릭 부인 총연맹」 「가톨릭 의사회」등은 임산부와 남편 또는 아버지가 될 남자와 또 부모들과 밀접한 접촉을 취하면서 관청과 사회 사업기관의 원조처와의 교섭 및 법정수속 육아원 또는 입양가족의 알선, 심지어는 휴양처와 직업소개 주거까지 보살펴준다.
결혼외 산모들을 위해서 각처의 가톨릭 병원과 산원이 지정되어 있으며 이러한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도 확보되었다 한다. 이러한 적극적 총 공세에 드디어 신민ㆍ자민당의 브란트 정부는 낙태자유화의 시도를 포기할 기미가 보인다고 외신이 전한다.
주지하고 있는바와 같이 한국 교회는 소위 「모자보건법」에 대해서 두가지 사목교서를 공포 낭(朗)_했다. 기관지에 관한 해설기사가 한 두편 실렸는것 같다. 그리고 그만이다. 「이제 할 일은 다했노라」하는 투다. 바야흐로 이 교서들은 「1사건」으로서 행복한 망각속으로 파묻히고 있다.
한국에는 가톨릭 정치인과 저널리스트가 요소에 활약하고 있다. 또 여성단체들도 있는줄 안다. 교회가 그러면 그들에게 교서의 취지의 철저한 계몽과 실현화(follow-up)를 종용한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하기야 임신중절을 하지 않게 하는 실제적 원조의 방안은 교서의 어느데도 찾아볼수가 없지만 어떤 가톨릭 여성단체는 정부적으로도 활약을 한다는데 태아살해법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것 같다는 중평(衆評)이다. 미국과 서독에서 「내 배(腹)는 내 것이다. 왠 간섭이냐」라는 플래카트를 내걸고 시위하는 「해방여성」들이 교황과 주교를 공격하는 광경을 강건너 불 구경 밖에 안된단 말인가. 가톨릭병원들은 무료분만 등 어떤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할수 없을까. 낙태수술 거부만이 능사가 아닐꺼다.
한가지 예외가 있었다. 일간 「J지」의 고정컬럼에서 「임신중절」이란 항목아래 교주단의 교서를 측면에서 엄호한 것은 중론(衆論)에 진행하는 상황에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표창감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교서가 실로 신임을 받고 진정한 설득력을 가질랴면 성당수축같은 사업보다 「무죄한 태아의 생명」을 하나라도 구출하는데 우선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할것이다. 손으로 짓지 않은 성전이 더 귀중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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