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황 바오로 6세는 일반 알현에서『하느님 신비에 대한 묵상』에 언급하고 하느님과 종교의 가치를 부정하는 현대의 지적 유혹을 물리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또 비신자들에 대해 그들의 위치를 다시 반성케 하고『하느님은 무지한 자들이 지어낸 망상』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현대인을 특히 청소년들을 그릇되게 무신론으로 이끌고 있는 과학만능사상의 위험성에 대해 경계를 해야 하며 아울러 신자들을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당부하였다. 교황 성하가 염려한 바와 같이 과학의 발달에 따르는 무신론적 경향에 대해서 우리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래에 와서 눈부신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과학 기술은 가까운 장래에 우주 안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드디어 하느님이나 신앙을 완전히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지 않겠는가. 또는 과학이 진보함에 따라 그것이 물리상의 여러 문제를 상세히 구명하고 증명할 뿐 아니라 다만 종교에 의해서만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인생문제 예를 들면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왜 태어났는가,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것까지 과학이 가르쳐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현대인들이 많다고 본다. 20세기 후반기에 들어서서부터 시대는 바야흐로 과학 기술의 전성시대를 맞이했으며 주판으로부터 전자계산기, 맹장염 수술로부터 심장 이식수술, 프로펠라 비행기로부터 로켓 추진 우주선으로 비약한 것이다.
특히「아폴로」우주선이 달세계에 갔다. 오고 난 뒤 인류의 역사는 우주시대로 돌입한 감이 있으며 따라서 현대인은 더욱 과학만능사상에 도취하게 되고 우주를 정복했다는 그릇된 착각을 일으키는 동시에 한 걸음 나아가서는 인간이 우주의 주인이 된 기분을 느끼면서 하느님은 없다는 위험한 사상까지 낳게 한 것이다.
「아폴로」우주선이 달에 도달한 것은 인류 역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워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현대 과학은 어느 정도까지 이 광대무변한 우주를 소위 정복했는지 알아보자. 대우주의 직경은 약 1백억 광년으로 추측하고 있다. 즉 우주는, 1초 동안에 지구의 둘레를 일곱 번 반을 돌 수 있는 빛의 속도라도 우주의 극에서 극까지 가는데 1백억 년이 걸린다는 어마어마한 크기인 것이다.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불과 1초 광년밖에 걸리지 않는 달에 인간은 이제 겨우 갔다 온 것뿐이다. 이것은 마치 백사장이란 우주에서 인간은 모래알보다 작은 거리를 겨우「정시」한 셈이다.
『우주 만물 가운데는 인간의 사고나 두뇌를 초월하는 어떤 힘이 존재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과학이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 즉 인간이 발견하기 이전에 누구인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법칙을 긍정하는 학문이지 허무로부터 창조하는 학문이 아니다』고「로켓」물리학자 브라운 박사는 말한 바 있다.
즉 우주선이 달을 왕래했다는 것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법칙을 과학자가 발견하고 이것을 이용하여 여태까지 신비에 싸였던 곳을 왕래했다는 것뿐이지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법칙을 창조 또는 파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연법칙은 어디까지나 하느님께서 창조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은 참으로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2월 15일「아풀로」8호의 기장 프랭크ㆍ보만은 교황 바오로 6세의 특별 알현을 받았을 때 교황은 시편 19의 시로서 그를 환영했다. 그때보만 기장은 이렇게 답사를했다. 『이 아폴로 계획에 있어서 모든 인간의 지혜와 노력은 훌륭한 것이었습니다만 이 계획의 성공은 단지 기술의 진보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 계획을 보호해 주신 절대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고. 이것이 바로 순수한 종교인의 하느님에 대한 자세가 아닌가.
진정한 과학자는 과학을 연구하는 도중 하느님이 창조하신 질서와 신비에 경탄하고 만다. 생물학자나 의학자는 현미경 하에서 생물이나 인체의 신비스러운 생태를 통해서 창조주를 믿는 것이 아니고 그 창조주의 존재를 직접 육안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신앙은 과학 문명의 발달을 저해하지 않는다. 큰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를 북극성이 비춰서 인도하듯이 신앙은 과학자들을 비춰 주고 진리에로 인도한다. 아인슈타인의 말과 같이 신앙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와 마찬가지다. 신앙과 과학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충하여 궁극에 있어서는 완전히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창조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한 진실한 모든 노력과 과학적 진보를 고무하고 축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만물은 인간의 것이며 인간은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는 그릇된 과학만능사상에 현혹되지 말고 확고한 신앙 위에서 현세생활을 올바르게 영위하도록 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