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의하면 한국 주교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권한을 갖게 됐다.
주일이나 파공축일 전말에 미사에 참여함으로써 주일의 의무를 대신할 수도 있게 하는 권한이다. 시행 여부는 각 교구 주교의 절량에 달렸으며 아직은 보류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신자들로 하여금 상당한 준비 기간을 갖게 함으로써 자칫 빠지기 쉬운 왜곡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세심한 배려 때문이리라. 새로운 무엇을 반포하기 전에 씨가 먹힐 때까지 신중을 기한다는 건 언제고 바람직한 태도니 말이다. ▲하기야 불평을 해대는 신자도 있다. 왜 일언반구의 언급조차 없느냐, 성청에 그런 권한을 요청했을 땐 분명히 어떤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냐고 따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신자들이 관심해야 할 바는 그런 불평보단 오히려 왜 주일미사를 앞당겨서라도 지내게 하려 했던가 하는 점일 것이 다. 그토록 주일의무는 중요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찮은 핑계로 곧잘 등한시하지 않았던가부터 반성해 봐야 할 일이겠다. ▲아무튼 신앙은 철저를 요구한다. 정수는 다만 사랑이지만 그 사랑을 실답게 이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신과 육체 양면의 부단한 조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그만큼 약하고 불완전하다는 얘기도 된다. 교회와 계명 즉, 외적인 제약이 절실히 필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지 조항에 매달려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사랑을 보다 잘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 모든 조항을 수낙하겠다는 성숙한 태도야말로 무엇보다 긴요할 것이다. 요컨대 적극적이 되자는 것이다. 그러한 적극성이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강한 동력이 될 때 비로소 금지조항이 다만 올가미로만 오는 유치는 면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즉, 하루 전에 주일의무를 할 수 있건 없건, 사실은 그런 것에 그닥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참으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모든 법을 능가하는 자기 자신의 량심으로 꿋꿋이 대처하면 되는 것이다. 본질적인 것을 제쳐놓고 지엽 말단의 조그만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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