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전후 서구에서의 첫 군사 쿠데타를 경험한 민주주의 원조국 그리스에서 지난 25일 또 다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로써 10여 일 동안 국민의 성원 속에 독재타도를 외치며 치열한 데모를 벌여오던 학생ㆍ노동자들은 수많은 희생자만 내고 군부의 폭력에 의해 진압되고 말았다. 동시에 그들의 민주회복의 꿈은 원점으로 되돌려졌고 그리스는「또 하나의 퇴보」를 기록했다 ▲폭력으로 통치권을 탈취하는 군사 쿠데타는 그 자체가 악일 뿐 아니라 그 결과 또한 비극의 연속임은 역사가 증명한다.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빼앗은 공권력은 하느님에게서 기인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것은 도덕적인 힘도 없고 국민의 신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폭력」자체일 뿐이다. 이 같은「폭력」은 여러 가지 구실로 인간의 천부적 자유와 기본인권을 유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구국혁명」의 혁명구호는 한결같이「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데타는 처음부터「민주주의를 안 하겠다」는 의사의 행동적인 표명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67년의 쿠데타 이후 그리스 정권의 행적은 이를 현실적으로 증명해주었다. 계엄령 하에서의 요식적인 선거, 형식 민주주의로 위장한 독재체제의 강화, 집회 언론 자유의 말살, 국민 대중을 속이는 구호의 남발, 도덕적 질서의 파괴, 불신풍조와 비인간화의 심화, 고문의 성행, 민주세력의 숙청…등등 ▲한편 이번 쿠데타를 보도한 기사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공작설이 나도는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낭설이겠지만 그러한 설이 나오는 사실 자체가 명예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선「독재자들이 지배하는 우방과 함께 전략안보를 구축하는 것이 현명한가」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 보도와 연관시켜 볼 때 더욱 착잡한 생각이 든다. 민주진영의 종주국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이 그 우방의 독재화를 조장 내지 묵인하는 처사는 아무래도 싱겁고 얼빠진 처사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인상에 남는 것은 희랍정교회의 대주교가 쿠데타를 주동한 기지키스 중장의 대통령 취임선서를 받고 있는 사진도 보였다. 정교분리가 안된 그리스의 사정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하나「주교들은…아무런 세속적 권력에도 예속되지 않는다」는 공의회의 가르침을 받은 가톨릭인에겐 결코 유쾌한 장면이 못되었다. 사진을 보면 마치 교회가 민중이 원치 않는 독제자의 들러리나「병풍」같은 장식물로 인상 지워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리스가 쿠데타의 악순환을 벗고「민주」의 원조로서 체통을 세우길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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