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정자나 사회 지도자들은 한결같이「민생고」의 해결과 극복을 지상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 민생고란 정신적인 것보다 우선 물질적인 것을 말한다.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민중과 함께 살고 함께 괴로워했다. 민주주의 사회도 공산주의 국가도 민생고의 해결과 국민 생활의 향상과 균등화를 그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 있어서 반공이나 경제 성장 조국의 근대화 작업 등도 모두 국민 생활의 발전과 향상이 지상목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난번 추석을 전후해서 모든 생필품 가격이 무슨 경쟁이나 하는 것처럼 뛰어오르고 있었다. 일반 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쌀값ㆍ연탄값ㆍ심지어는 버스 요금까지 오르고 게다가 각급 학교 공납금마저 인상되리라고 한다.
매년 계절적으로 연중행사처럼 모든 물가나 공공료금이 오르기만 하면 업자는 업자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적자 운영이니 국가 예산 충당이니 하고 구구한 변명만을 나열한다. 물가 상승의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반 대다수의 서민들의 생활을 등한시한 일부업자나 위정자의 영달과 치부를 위주로 한 이기심에 기인하는 것이다. 물가고는 민중의 생활과 직결된다. 물가의 상승은 그 원인이 어디 있든지 일반 서민의 생활 아니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도시와 농촌, 빈과 부의 격차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자연히 농촌과 갖지 못한 일반 대중이 그야말로 도탄에 빠진다. 농민과 일반 서민의 생활 수준이 바로 그 국가 경제의 기조가 되고 진정한 뜻에서의 국민소득의 척도가 된다. 더구나 중류 이하의 일반 서민이 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중시해야 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민생고에 허덕인다면 그 국가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한 국가의 모든 국민은 공동 운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일부 재벌이나 특권층 고급 공무원들의 부정 축재 비리 사실을 주시하고 있으며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국가 예산의 막대한 유용액과 2백70억에 달하는 불용액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보고를 듣고 의상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국민의 원성이 높으면 국가나 정부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확실한 적신호다.「민심은 천심」이며「민중의 소리는 곧 하늘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 없듯이 민중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당국이 물가 상승을 세금 공세, 등록 취소 행정력 발동 등으로 억압하고 업자들은 수요의 저조와 자금난 등의 구실로 물가를 올리게 된다. 강식약육의 악순환 속에서 골탕을 먹는 것은 일반 서민뿐이다.
우리는 서로가 늑대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 안에 맺어지고 특히 우리 조상 순교자들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들이다. 서로 돕고 어려움을 나눠 짊어지는 공동의 노력과 진정한 우애에서 먼 민생고는 극복될 것이요 하늘도 축복을 내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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