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사랑은 예나 오늘이나 한결같이 교회를 통하여 모든 인류의 영혼을 부르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구속(救贖)사업을 완성기킬 초자연적(超自然的) 사명을 띄고 있는 천주의 집임에 틀림없으나 성인(聖人)들을 위한 천당과 달라 현세(現世)에 사는 죄인들을 위하여 현세에 세워진 것이다. 만약 현세에 죄인이 없었던들 천주 성자(聖子)는 이 세상에 오시지 아니하였을 것이오 교회도 세워지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현세사람을 대상으로하여 현세에서 2천년 가까운 역사를 이루워왔다.
오늘의 교회는 해가 바뀜에 따라 잎이 지고 핀 2천년 묵은 하나의 큰 나무와도 같다. 잎이 무성하고 많이 성장(成長)한 해도 있었고 모진 바람에 맞아 가지가 뿌러진 해도 있었고 더러는 잎에 벌레가 덤벼들어 나무가 엉성해진 해도 있었고 또는 조곰도 자라보지 못한해도 있었다.
이것이 우리 교회가 겪은 역사이다. 이 역사는 오늘 온세계에 5억3천만의 자녀를 가진 무성한 나무인 오늘의 교회를 만들었고 오랜 전통을 세워노았다.
현대라는 역사위에 생활하는 교회가 초대(初代) 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口號)를 부르고 있다.
확실히 어떤 곡절이 있음에 틀림없다. 역사는 역류(逆流)하지 못한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그로 되돌아가고저 하는 빤히 알면서도 그 역사를 알아야 하겠다. 즉 초대교회의 신앙태도로 돌아가자는 것이오 현대신앙보다 나은 본받아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신학자(神學者)들의 말을 빌려보면 초대교회가 현대와 비교가 되지 아니하는 적은 신자를 가졌고 그마저도 박해(迫害)를 당하여 옥(獄)에 있고 땅굴 속에나 산골자기에 숨어있었을 뿐더러 교회가 선지 얼마 안되어 아무런 전통(傳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로 열두 종도(從徒)를 위시하여 모든 신자들의 신앙이 그들을 그리스도화(化) 하였으며 포교열(布敎熱)이 왕성하였고 둘째로 그 신앙생활과 포교생활이 국가권력의 보호를 받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모진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자체(自體)에 현세적 권력의 간섭이 없어 자유로히 순수한 신앙을 보존할 수 있었고 셋째로 교회가 젊어 그 패기(覇氣)가 능히 모든 사교(邪敎)를 물리칠 수 있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대의 교회는 중세(中世)와 근세(近世) 교회가 기루어낸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교회는 현세에 있으면서도 천상으로부터 성신의 보호를 받고 여러 성인들과 산 지체(肢體)의 통공을 입어 초자연적 생명을 보존하고 있으나 오늘날의 교회 발전에는 특히 중세가 낳은 위대한 신학자들의 힘이 컸다.
성<토마스 아뀌나스>는 성<바오로>의 말을 빌려 『살아있는 것은 내가 아니고 내안에 살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라고 하였다.
현대 사람은 중세적인 수계(守誡) 신앙에서 완전히 탈피(脫皮)하여야 한다. 물론 죄를 피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생활한 신앙이 형성되지 못한다. 죄를 미워하는 것은 옳으나 만약 세상을 송두리채로 미워하고 비관한다면 신앙의 삯이 돋지 목할 것으로 본다.
성덕(聖德)이 높은 신앙인을 보면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주의 영광을 노래하며 산다. 그들은 그들이 놓인 현세를 저주하기는 커녕 되려 천주께 감사하고 있다.
죄를 피하기 위하여는 그 이상의 목표 즉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라보고 항상 그 품안에 안겨 살고저 하는 계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품안에는 어떠한 죄악도 가까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앙태도가 바로 성 <토마스>가 말씀하신 그리스도화 하는 신앙이고 현대 교회가 부르짓는 그리스도의 증거자가 되려는 신앙태도이다.
교회가 국가를 직접 지배하여야 한다는 사상도 지나갔고 국가가 교회에 관여하여야 한다는 운동도 비판되었다.
죄를 피하는 것이 신앙이라는 소즉적 방법도 비판되었고 천주의 자비에만 의존(依存)하거나 또는 그 위엄앞에 업드려 떨고만 있는 신앙태도도 지양되었다.
곳에 따라 성직자(聖職者)만 이 교회의 주인으로 자처(自處)하고 자신들은 자기위치를 버리고 그를 비방만하던 역사도 지나갔다.
결혼(結婚)이 육계(六誡)의 죄를 피하기 위하여 마련된 피난처(避難處)라고 생각하고 독신(獨新) 생활만이 인간생활의 본연(本然) 상태로 생각하던 시대도 지내간지 모래다.
제2차 평신자사도직(平信者使徒職) 세계대회에서 「몬띠니」추기경은 『나는 여러분과 같은 한 평신자의 아들입니다』라고 하여 갈채(喝采)를 받았다.
현대인은 각자가 평신자로서의 성소(聖召)를 느껴야 하며 그리스도와 항상 같이 삶으로써 그리스도화 하여야 하며 현실(現實) 속에 묻혀 현실을 성화(聖化) 하여야 한다. 어떤 현실도 저주하지 말고 자기의 그리스도를 위하여 선용(善用)하여야 한다. 우리의 육체와 모든 현실이 그리스도화 하려는 노력과 연결되었을 때에 우리는 현세를 사랑하며 그리스도께 나아갈 수 있다. 악의 유혹이 유달리 심한 현대일지라도 이와같은 태도로 천주께 나아감으로써 기쁨에 찬 신앙인이 되고 또 그 주위(周圍)를 성화(聖化)하며 내주 천주를 온전한 마음과 온전한 영신과 모든 힘으로 사랑하고 또 내게 가까운 자를 내몸같이 사랑하며 나와 나의 이웃이 천상 영복을 누리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