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만큼 신비롭고도 귀중한 것이 없다. 인간은 그 생명을 부모에게서 받았을까? 아니다. 바로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신비에 가득차고 존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의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이 도처에서 너무나도 경시되고 있다. 그야말로『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속담 그대로다. 날로 격증하는 교통사고에서 그렇고 지난 주에 일어난 때아닌 폭우에서도 그랬다. 대형 차량의 공정 수명이 5년인데도 10년 이상 굴려먹은 버스로 집단 살인이 저질러진다. 경남 양산에서 시외버스가 굴러 12명이 죽고 40여명의 중경상자를 낸 참사가 그 좋은 예다.「이러한 낡은 차량을 가동케 하고 있는 업자나 그것을 묵인하고 있는 당국의 책임은 참으로 막중하다고 할 밖에 없다.
강원도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고물 차량이 전체 차량의 40%나 된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연간 2천여 명이 비명횡사하고 3만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끔찍한 교통사고가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큰 사고의 근본 원인은 사람의 생명을 천시하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폭우로 수도 서울의 고지대에서는 담이 무너져 주민이 압사하는가 하면 낮은 지대 특히 중량천변의 판자집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시내 곳곳에서는 여전히 급조홍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이 영세민이나 판잣집 인생들이 화를 당했다.
서울에는 여름철에 버섯 돋아나듯 고층 건물이 늘어가고 있지만 그 기초를 이루고 있는 하수도는 옛날 그대로며 청계천이나 중랑천 일대의 판잣집은 잊어 버린 지대로 여전히 남아 있다.
큼직한 철제 대문이 달린 고급 주택에서 호화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고급 인생들 마이카족들에게는 이러한 교통사고나 수해참상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의 생명이며 가장 비천한 자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베푼 것이 곧 예수님께 베푼 것이라는 교훈은 현대에도 여전히 불변의 진리로 엄존하고 있다.
그리스도가 전해 준「부자와 거지 나자로」의 이야기를 상기할 것이다. 거지요 문둥환자로 비참하게 생애를 마친 나자로는 죽은 다음 영생으로 들어가고 매일 같이 비단과 고급 아마포로 몸을 감싸고 호의호식하던 부자는 죽어서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것은 이 부자가 거지 나자로에게 아무 것도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등이 모두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그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여기에 대한 공동의 책임과 노력을 요구한다.
국민의 생활과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 곳에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가 건재할 수 없다.
위정자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하느님 안에 한 형제자매로서 서로 봉사하고 도와갈 때 비로소 복지국가가 건설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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