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바쁜 걸음으로 총총히 시내버스에 올라 탔다. 얼마를 가노라니 한 버스 정류소에서 가을날 오후와 같이 말쑥한 차림을 한 신사 한 분이 올라왔다.
머리서부터 발 끝까지 다듬은 폼이 꽤 세련되어 보였다. 뒤쫓아 올라온 소녀라 할까, 아가씨라 할까 방금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 옆집에 무엇을 빌리러 가는 차림으로 뛰어 올라오다가 그만 멋쟁이 아저씨의 구두를 밟고 말았다.
『야, 너 이거 안 보여? 』유리알 같이 닦아 신은 구두에 먼지가 담뿍 묻었다.『미안해요』아니 꼽다는 듯이 토라진 말투다.
『눈을 똑바로 뜨고 다녀, 병신 같으니』
『미안하다고 그랬잖아요. 별꼴 다 보겠네』
나중에 그 신사의 입에서는 욕설까지 나오게 되었다. 듣다 못해 면구스러워
『여보세요 제가 닦아드릴 테니 그만 하시지요』손수건을 내들었다.
버스 안에 가득히 앉아서 그 싸움을 흥미거리나 되는 듯이 바라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더욱 흥미롭다는 표정들이다. 무안을 당한 신사는 저만큼 물러가 성이 풀리지 않은 찌푸린 얼굴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일이 끝난 후 돌아오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맑은 하늘, 이렇게 평화스러운 구름 아래 사는 우리 마음은 왜 이렇게도 아름답고 맑지를 못할까! 한 발짝만 나서고 한 사람만 대하면 불평과 욕설에 자지러질 것만 같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하는 입에 담지 못할욕설, 버스에 타면 손님과 차장과의 싸움, 시장에서는 장사치들의 다툼 웃사람의 아랫사람에 대한 불만, 아랫 사람의 웃사람에 대한 불평 더 나아가서는 신자들의 성직자들에 대한 불만 성직자들의 신자들에 대한 불만, 국가에 대한 비난, 정치에 대한 불만, 이는 마치 불평 불만의 덩어리로 형성해 놓은 사회 같은 기분이다.
그 남의 발을 밟은 그 아가씨가『실례했습니다. 용서하세요』라는 말로 그 신사에게 대했다면…또 그 신사도『사람이 많으니까 그럴 수 있지 괜찮아』했다면 사소한 일로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실례의 언행은 면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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