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든 이치를 다 알고 나서 행하는 것도 아니요 행하고 나서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앎과 행함은 서로 돕고 서로 병진하는 것이다. 그 근본을 이루는 것이 誠이다』(退溪) 참으로 다 알고 나서 행하는 자도 없고 행하고 나서 다 아는 자도 없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요 생 자체가 끊임없는 미몽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퇴계는 인간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이 되기 위한 가장 본질적 요소를「誠」이란 말로 집약시켜 표현했는지 모른다. ▲행동하며 알아가며 다시 행동하며 또 알아가며……인생이란 바로 그 부단한 수정 내지는 확장공사의 연속이 아닐까. 그렇다면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조차 쇠진해 버린 후의 인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고로 아무리 치사하고 비논리적인 현재를 살고 있다 하더라도 보다 정리된 원숙한 형성, 즉 가능태로서의 자기를 끝없이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 인간이기도 한 것이다. ▲속담에 게으른 놈은 아침밥을 먹고 뒷간에 갔다가 바지고 말을 추켜 들면 해가 저문다는 말이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알아야 할지조차 모른다면 그만큼 공사가 지연될 뿐 아니라, 터만 잡아 놓고 영영 단 한 칸의 방도 못 완성한, 이름만의 집행이로 초라하게 사라져 갈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가을, 스스로의 생에서 가장 핵심적이라 생각되는 작업에 죽을 만큼 한 번 골몰해 보는 것도 즐겁지 아니하랴. 인간의 온갖 앎이 무릇 자기와의 투쟁과 동통 속에서라야 비로소 영글 수 있는 값비싼 그 무엇이라면 더더구나 말이다. ▲책을 읽어도 좋고 창작을 해도 좋고 멀리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 斗酒를 불사한들 누가 말리랴. 다만 스스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자기 생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어떤 의미 때문에 이 일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부지런히 관심만 기울인다면 여유는 얼마든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읽혀지지도 않고 팔 줄도 모르는 가톨릭 출판물의 현황 기사가 나가는데, 조용히 서점에 들러 이것저것 한 번 뒤적여 보는 재미도 여타 재미 안에 좀 끼워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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