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자 가톨릭시보「독자논단」에 실은 나의 글에 대해서 박 아우구스띠노 씨가 9월 20일자 동란에 반박문인지 자기 변명문인지를 게재했기에 다시 붓을 든다. 박 씨는 너무도 광범하고 어려운 문제를 느낀 대로 말해 보자니 두서없이 이루어진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독자들에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사과드린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감이『필자가 파악한 대로 밖에는 전달될 수 없는 내용』이라면 하는 단서를 붙여 놓고『필자 개인의 독해력에 관련된 문제』라고 못을 박아 놓았다.
어떤 신학이나 철학 논문도 아닌 평신자 단체운동이나 교회 잡지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 아닌 불평을 토로해 놓고 독해적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필자가『순수한 개인의 신앙생활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고 한 것을 성경에 있는 말까지 들먹여 가면서 마치 죄인 취급을 한다고 도리어 호통을 치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씨가 8월 30일자「독자논단」에『한국의 가톨릭 신자나 성직자가 자기 만족의 어떤 환경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하고 가톨릭액션이「비현실적인 활동」이니「부르죠아적 근성」이니 하고 알쏭달쏭한 어구를 함부로 사용하고 가톨릭에서 출간되는「가톨릭Y」지와「KH」지를 지적ㆍ정서적 분위기에도 미달된, 혹은 맞지도 않는 잡지로 규정하고 무용론을 펴고 있는 것을 필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했는데 여기 대한 대답은 한마디도 없고 엉뚱하게 필자가 현 잡지에 관계(?)하고 있기 때문에 필자 개인이 역정을 낼 문제가 아니라고 개인의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박 씨의 비판 의도가 박 씨 자신의 말대로 신자이거나 비신자를 막론하고 한국의 많은 지성인들이 즐겨 찾아 읽을 수 있는 잡지로 육성되기를 너무도 갈망함에 있었다면 막연하게 과거보다도 질이 저하된 것 같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잡지의 체계나 내용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나 건의를 단 한 번이라도 잡지사에 먼저 보냈어야 할 게 아닌가? 다시 묻거니와「지적ㆍ정서적 분위기」나「질적으로 저하되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일반 대중지나 주간잡지 스타일이나 내용을 모방했단 말인가? 잡지의 편집 방침, 어떤 논문이나 작품의 내용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개인적인 비판을 가할 수 있고, 사회 각 분야에 가톨릭의 원리를 심어 주는 글이나 기사를 실어야 할 줄 안다. 그처럼 교회 잡지의 육성을 갈망하는 분이라면 우선 이러한 교회 잡지를 읽고 건설적인 건의나 비판을 그 잡지사에 보내든가 그렇지 않으면 그러한 글이나 기사를 기고해야 할 것이 아닌가? 또한 박 씨는 많은 수에 달하는 한국 가톨릭 평신자 사도직 단체가 비현실적이 구호나 결의로써 끝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개탄하고 있는 데 필자도 동감이다. 개인의 성화와 복음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평신자 단체들도 인간이 조직하고 운영하는 것이니 만큼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될 수 있다. 그러나 평신자 사도직이란 어느 특수한 계층의 신자들만이 수행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완수해야 할 크리스챤의 기본 사명인 것이다. 전 인류의 구원이라는 복음의 가치를 내건 평신자 사도직 대열에 모든 신자들이 적극 참여해야 할 줄 안다. 평신자 사도직 활동의 안승성, 형식화의 병폐를 과감하게 도려 내고 모든 신자들이 비판이나 관망을 하기에 앞서 그 사도직을 통해서 복음과 신앙의 생활화를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공동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투고 환영합니다. 교회 내외 어떤 문제라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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