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자의「런던」「선데이ㆍ타임스」가 수녀 매매설을 파다하게 퍼뜨림으로써 교회 내외에 많은 물의를 일으켰고 아직도 그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여파가 남아 있다고 본다. 물론 인도 처녀들을 돈을 받고 구라파 수도원에 팔았다는 것은 혹시 그런 몰지각한 행위를 범할 수 있는 비양심적인 인물이 있다 하더라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리고 비단 인도 처녀들뿐 아니라 구라파 각국에는 한국 월남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처녀들이 수도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처음에 자기 고향을 떠날 때 사실 단순한 생각으로 수도원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 또는 구라파는 생활이 안정되었으니 편안히 일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주하였거나 그렇지 않으면 저개발 국가의 민족들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외국에 대한 동경 때문에 부모 형제를 떠났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어려움이 시작된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언어문제이다. 말을 모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오해하고 선의마저 악의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이 점점 악화되면 정신적인 착란까지 일으켜 결국에는 정신병원에 신세를 지게되는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한국인 중에도 독일 수녀원에 입원하였다가 정신병원에서 치료 받고 귀국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어려움은 비단 언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기후 음식의 차이 때문에 처음부터 육신에 이상이 일어나 항상 병원만 출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예법과 습관의 차이, 사고방식의 차이로 해서 일어나는 오해도 부지기수이며 이러한 오해는 차차 원망하고 미워하는 감정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또 사회제도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처음에는 간호원으로 지망하기는 했으나 기회만 있으면 공부하겠다는 심정으로 외국에 간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뜻을 마음대로 이루지 못할 때 생기는 욕구불만이란 상당히 큰 것이다. 또 외국을 지상낙원인 줄 알고 갔는데 노동 착취를 당하고 봉급도 제대로 못 받아 생활 안정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인종 차별 대우까지 받아야 하니 속았구나 하는 심정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그때부터 남에게 책임전가할 궁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수녀 매매설」도 여기에서 일어난 부산물로 생각하면 별 착오가 없을 줄 믿는다. 그런데 이때를 틈타서 이미 독일에다 3백80명의 여자와 35명의 남자를 취업시킨 아이힝거 신부가 내한했다 한다. 또다시 김천 인천 제주에서 독일에 보내기 위해 인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한국인들이 독일로 노동하러 가는 데 있어 원칙적으로는 아무 반대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기한 어려움을 통해서 이 난관들을 잘 극복하면 인간 수양에 크게 도움이 되고 또 우리나라는 인력 수출의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선에 있어서는 최선의 신중을 기해야 할 줄 믿는다.
과거에는 초등교육도 필하지 아니한 사람을 외국 수녀원으로 보낸 일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등교육 이상은 마친 자를 택해야 할 것이고 그리고 성격 면에 있어서는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을 골라야 하며 개성이 뚜렷하고 민족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추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인선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외국인(선교사나 수도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한국인이 최종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본당신부들이나 수도자들은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과거에 인력 수출과 교회가 관련이 되었을 때 교회로선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교회에서 선발한 사람들이 외국으로 유학이나 취업차 떠나서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교회에다 그 책임을 전가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신앙을 버렸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비난하고 교회를 적대시하기도 했던 것이다.
毛澤東, 胡志明은 이런 경우의 대표적 인물이다. 우리 신자들 중에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와 반대로 교회와 관계 없이 외국에 갔다가 거기에서 신앙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은 교회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금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신자들에 대한 사목문제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한국 교회의 신자들이다. 그들이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조건을 채워 주어야 한다. 주교단은 각국에 지도신부를 파견해야 할 것이고 신자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간행물을 통해 우리 교회의 소식을 간단 없이 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성직자나 수도자들을 통해서 외국에 가 있는 사람이 3천 명이나 되는 것이다.
「수녀 매매설」을 보도한 언론 기관만을 규탄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회를 통해 교회의 장래와 우리 신앙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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