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가 되면 연중행사처럼 등화가친이니 독서주간이니 해서 일반 국민들의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서열이 낮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 1인당 도서 구입비가 매월 1원50전 꼴이라니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니까 출판업계의 불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에 대소 7백89개의 업체가 있는데 그 중 5명 이상의 종업원을 가진 업체가 겨우 89개, 이 업체들이 연간 출판하고 있는 도서가 사당 평균 1.3종밖에 안 된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실정이다. 그 밖에 7백여 개의 영세업체들은 부질 없는 경쟁으로 도산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색 외설책이나 불량도서를 마구 찍어 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게 한다. 어떤 인사들은 각 출판사가 좋은 책, 읽을 만한 도서를 계속 만들어 내면 도서 인구가 늘어나고 출판계도 활로를 개척할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도대체 독서 부재의 요인은 무엇일까? 어떤 데이터를 보니까 독서 저해의 요인을 다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우리나라의 사회현상은 교양이 이상의 척도로 되어 있지 않고 부와 권위가 이상의 척도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독서의 효용성이 없다고 보는 견해고 둘째는 우리나라에서는 독서가 전통적으로 생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서는 하나의 취미요 교양의 개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독서하는 것을 출세의 수단으로 생각해선 안 되고 독서는 그 자체가 독서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대부분이 과학를 위한 독서요 또한 선비들의 전공 과목으로서 책을 읽었던 것이다.
세째로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이 책을 읽을 만한「스테미너」와「여유」가 없이 때문이란다. 우리들의 복잡한 생활과 시달림은 책을 대하기 전에 먼저 귀찮고 짜증이 난다.
앙드레 모로아는『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함으로써 선진국에서도 독서열이 점점 감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지성인, 교육자, 대학생들까지도 신문이나 주간지를 뒤적거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래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요에 귀를 기울이고 텔레비의 연속극을 보는 게 고작이 아닌가! 독서 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일본의 사까모도 교수는 래디오, TV, 영화 등 전파 미디어의 핸디캡을 대충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즉 ①영화나 TV가 제공하는 이미지는 인간 행동의 현상상태만을 제시하고 그 행동을 일으키는 내면과정은 제시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서 인쇄 미디어는 행동을 일으킬 때까지의 과정을 쉽게 제시해 준다. ②영화ㆍTV는 시청자의 사고속도를 규정한다. 반면에 독서에 있어서는 독자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어느 때고 내성을 위한 휴지가 가능하다는 등이다.
시청각 교육의 핸디캡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예를 들면「의사 지바고」나「25시」를 책으로 읽은 뒤에 다시 영화로 감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는 도저히 책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독서의 계절을 맞이해서 우리 모두 단 한 권의 좋은 책, 읽을 만한 잡지를 탐독함으로써 마음을 살 찌게 하고 인생의 참된 삶의 보탬이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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