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주일인 4일은 우리 교회에서 정한 군인주일이다.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하여 전국민의 경축일로 삼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교회는 교회 자체의 특별한 목적으로 이 날을 군인주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양분되어 북방에서 침공을 기도하고 있는 공산 세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60만의 장병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가 방위의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군인들에 대해서 우리 교회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그들의 사상 무장과 논리적 인격 배양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그리스도 사상으로 반공 리념을 굳건히 하고 또 그리스도 윤리로서 색막한 군대생활에서 부드러운 인격을 구성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군에 대해 군종신부를 파견하고 있다. 현재 교회 형편으로 보아서는 사제의 수가 넉넉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40여명의 신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군의 처지로 볼 때는 60만의 육해공군 각 부대에 배분될 때 40명이란 숫자는 너무나도 적은 것이다. 더욱이 군종신부에게 부과된 사명은 참으로 막중한 것이다. 전 장병들의 인격 지도와 윤리에 관한 지도와 상담 그리고 신자 장병들의 영신 지도 등등 헤아릴 수 없는 과업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적은 인원으로 전후방의 넓은 지역과 많은 장병들을 상대하는 군종신부 제위의 로고야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으로 위로와 치하의 말씀을 아낄 수 없다.
한편 군인 신자의 상태를 보건대 그 인원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신자 대 인구 비율로 추산해서 대략 2만 명 가까운 신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많은 수의 신자들이 가정과 자기가 소속했던 교회를 떠나서 전후방 각지에 산재하여 올바른 신앙생활을 유지하면서 다른 비신자군인들에게 좋은 표양으로써 교회를 빛나게 하고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있는지 매우 걱정이 된다. 물론 그 중에는 훌륭한 신자 장병들이 모범적 군인으로서 추앙을 받는 사례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바쁘고 긴장된 생활이 계속되는 속에서 영신 수련의 틈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고 또 그 지도 면에 있어서도 60만대 40명의 신부로서는 도저히 그 손길이 미칠 수 없다.
각 부대 소속지마다 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각 사단에 한 명 꼴의 신부가 배치돼 있지도 않는 형편이다. 따라서 신자 군인들이 주일미사에 참예하거나 성사를 받기도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다가 신자들의 유일한 영신적 양식이 될 수 있는 교회 서상이나 신문 잡지마저 거의 배부 받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많은 신자들이 지도자인 신부를 만나보기가 어렵고 또 교회 출판물조차 구독하기가 곤란한 지경에 있다고 하면 그들의 영신생활은 점차로 냉각하여지고 도리어 비신자들의 나쁜 유혹에 넘어가기에 꼭 알맞게 될 것이다. 대체로 이와 같은 현상을 교회는 그대로 방관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근간에 와서 군종단의 체제를 확립하여서 군종신부의 활동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지도편달하게 되었음은 다행한 일이고 또 최근에는 군종후원회를 조직하여 군종신부단을 통한 군인 신자들의 후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편 군인 신자 자신들 중에는 육ㆍ해 (해병대 포함) 공군별로 각기 신자 장교회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조직되고 있음은 물론, 이번에는 다시 각군을 통합한 장성들을 추축으로 한 가톨릭장교연합회를 결성하여 군종과업의 후원과 자체 신앙 향상을 위해 활동을 개시하였다고 한다. 더욱이 이번 군인의 날에는 그 장교연합회 회원들이 전국 120여 교회에서 강론을 하기로 했다 함은 참으로 우리 후방 신자들에게 군종 업무의 중요성과 만족치 못한 현실을 경험을 통한 생생한 소리로 깨우쳐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상이나 종군신부 또는 군인들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군종신부의 인원은 다른 종단의 군목에 비해 월등히 소수인데다 더욱이 후방 교회로부터의 지원이 다른 각 교파들의 경쟁적 지원에 비해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군종신부는 그 영신적 인격면에 있어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군의 지휘관이나 대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 사실이나 그 신부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물질적 영신적 보급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항상 탄식의 소리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현재 군종신부 40명 가운데 약 70% 정도가 하숙이나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 한 가지만 보더라도 군종신부의 고충은 짐작이 간다. 그뿐이랴, 신자아닌 장병들에게 교회를 설명하거나 신자 군인에게 영신의 양식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교회 서적을 유일한 무기로 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교회 교양서적은 말할 것도 없고 간단한 교리책 한 권, 가톨릭시보, 경향잡지 등의 출판물조차 가뭄에 콩나기 식의 배부 이외에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고 한다. 만약 이와 같은 사태가 그대로 계속된다면 부족한 신부 중에서 보낸 군종신부의 막중한 사명 완수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또 우리 신자 군인들의 신앙 유지에도 큰 위협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때에 그런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바 군종단과 군종후원회와 가톨릭장교연합회 등이다. 우리 각 교구와 후방 신자들은 군종신부단과 장교연합회의 큰 활약에 기대하면서 일방으로 군종후원회를 통한 후원운동을 전개해야 될 줄로 안다. 물론 각 개인이나 군인 가정에서라도 개별적 통신 기타 등으로 후원할 수 있겠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이를 후원하기 위해서는 모처럼 발족한 군종후원회에 적극 가담하여 국방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신자 장병들의 현재와 장래를 위해 加一 보살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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