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으로 유명한 작가 레마르크가 갔다. 얼마 전엔 가톨릭 작가 모리악도 갔고, 오늘 조간은 아랍 세계서 존경 받던 지도자 낫셀의 급서를 또 알려 준다. 조락의 계절이어선가, 하나하나 지구 밖으로 떨어져 가는 둔중한 목숨의 무게들이 사뭇 써늘한 충격으로 온다. 속은 듯 허망해지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춘원이었던가.『단군이 그저께요 동명왕이 어저께라, 기똥 반만년이 눈 감았다 뜰 사이니, 무궁할 생명 오매 꿈결인 듯하여라』고 읊었던 것은?. ▲머지않아 우리 모두에게 닥쳐올 사정. 홀로의 시간에 죽음과 친숙히 대면하는 내적 여유를 평소에 기름으로써, 마지막 순간 삶과 진실로 품위 있는 결별을 할 수 있는 자는 복되리라. 그것은 삶 자체를 품위 있게 사는 것만큼이나 인간에겐 중요할 것이다. 죽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사람이라면 삼천갑자 동방삭처럼 오래오래 살더라도 그 순간엔 역시 두려울 테니 말이다. ▲물론 도통의 경지에 도달치못한 우리 범인들에겐 죽음이란 것만큼 큰 곤감도 없다. C. 램 같은 이도『너 더럽고 추악한 망령아, 내가 단호히 말하노니 이 자리서 썩 물러가라. 나는 혐오하고 저주하고 기십만의 악마를 보내어 너를 용서치 않으며…』따위로 거의 발악적인 기염을 토해낸다. 그러나 아무리 저주를 해본들 죽음을 피할 자 그 누구인가. 불가항력임을 안다면 재빨리 긍정부터 하고, 오히려 그것을 예비하는 자세로 살아갈 줄 아는 자야말로 현명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내세를 믿는 사람들이다. 죽음 앞에서 너무 허둥대고 억울해한다는 건 아무래도 아름답지 않다. 예수께서도 생각지 아니한 때에 인자 오리라고 분명히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한 번밖에 살지 않는다는 것, 그 삶이 영원한 생명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새삼 엄숙히 자각할 일이다. 오늘이, 바로 지금 이 시간이, 성총을 받도록 허락된 순간임을 잊지 않는다면 하루를 살아가는 자세에 있어서도 본질적인 변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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