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학교 2학년 꼬마가 들려준 이야기다.
어느날 한 청년이 중국 음식집에 들어왔다. 짜장면을 시킨 그 청년은 한 그릇 두 그릇에서 아홉 그릇째 짜장면까지 깨끗이 먹어치운 후에야 서서히 나가려 하는데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주인이『손님 기왕이면 한 그릇 더 잡수시고 아주 열 그릇을 채우시죠』라고 했다. 그랬더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여보시오 내가 식충(食蟲)인 줄 아시오? 』하고 화를 버럭 내고는 밖으로 횡하니 나가다가 그만 공교롭게도 넘어지고 말았다.
놀란 주인이 달려가 부축해서 일으키자 그 청년이 한다는 말이 걸작이다. 『가루 음식이라 근기가 없어서…』하고는 계면쩍은 듯이 툭툭 털고 나가더라는 것이다.
이런 일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서 내게까지 들려오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재미있게 들은 유모어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사람이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며 살다 보니 이상하게도 이 이야기 속의 청년 같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우선 나 자신을 보더라도 그와 같은 경우가 많고 또 그때마다 내 딴엔 느끼는 바가 있어 혼자 고소(苦笑)를 금치 못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이야기의 청년처럼 분명히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모순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단 해버린 행동이나 말이기 때문에 억지를 써서 변명하고 이유를 붙이고 해서 모순을 정당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사람이란 본시 불완전한 존재가 아닌가? 어찌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나날에 실순들 없겠는가 말이다.
문제는 자신의 잘못을 알면 즉시 이를 수정하여 받아들이는 아량과 이해가 필요한 데 있지 않을까『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라고 갈파한 이도 있거니와 이는 성인군자나 할 일이라고 외면해 버린다면 할 말이야 없다.
아무튼 요사이는 좀 더 자신에게 대해 솔직할 필요가 있는 시대라고 혼자 푸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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