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란은 전자에 전교회장의 처우와 진노에 대해서 언급한바 있었거니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서 본당사무장에 대한 대우문제가 있다. 본사가 서울ㆍ부산ㆍ대구ㆍ인천 및 왜관의 5개 교구에서 70개소의 본당 사무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사무장의 본봉과 수당을 합한 평균 월급액은 3만21원으로서 도시근로자 가정의 가구주 월평균 소득액 3만3백80원에도 미달하는데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잡다한 업무에서 오는 피로와 생활고로 전체의 87%가 현직에 만족하지 못한 나머지 전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직업인으로서의 신분보장과 인격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불안과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교회는 사회정의와 인간권익을 옹호하는 자의 선봉에 서야 할 본래적 사명에 비추어 볼 때 레오13세 교황의「레툼ㆍ노바룸-노동회칙」을 위시한 많은 회칙ㆍ선언들을 새삼스럽게 들출 필요조차 없이 일반사회의 근로자를 위한 경고와 권고에 앞서 교회 자체 안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처우에서 그 모범을 솔선 보여주어야 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교회는 어찌하여 앞에서 지적된바와 같은 현상을 빚어내고 있는가에 대해서 그 원인분석을 해봐야겠다. 그 첫째로는 무엇보다도 재정문제이겠다. 각 본당의 재정빈약 즉 수입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은 우리 교회가 외국선교사의 재정 운영에 의존하여 온 오랜 역사적 인습에 젖어온 고질의 하나이다. 개신교의 자립적교회 운영의 전통에 비해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것이 곧 교회발전의 세가 프로테스탄트 교회에 비해서 상대적 열세에 머물고 있는 소이(所以)이기도하다. 이것이 즉 교회의 사무장을 위시한 각종 교회종사원들에 대한 대우가 제대로 돼있지 못한 근원이 되는 것이다. 다음 재정문제보다도 더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교회근로자에 대한 정신적 차원에 있다. 그것은 종래 본당사제가 사무장ㆍ총무 기타 등으로 호칭되는 사무원들을 대하기를 마치 고용주가 고용인을 대하듯이 하는 정신자세가 그 하나이고 다음 신자된 사람은 당연히 희생정신으로 교회 일에 봉사해야 마땅하다는 사고방식이 그 둘째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무 종사원이 일반적 의미에서의 고용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교우인 이상엔 이미 그들은 종이 아니고 형제들이라고 불리우고 대우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원들은 성직자의「종」처럼 사역되어왔던 과거의 인습이 아직도 잔재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들이 아쉬워하는 인격대우의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또 종사원들의 보다 더한 봉사근무를 기대하는 것도 정도문제일 것이다. 원래가 봉사란 자의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할 것이고 의무감에서나 타의적으로 요구돼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왕왕 교회는 그들에게 마치 무제한의 희생봉사를 강요해온 감이 없지 않았다. 이런 점들이 오늘의 교회 직원들의「대우문제」가 문제화된 연유라고 할수있다.
그러면 조사 결과로 나타난 당면애로(當面隘路)를 ①「보수가 적어서 생활이 어렵다」②「신분보장이 되어있지 않아 불안하다」③「인격대우가 아쉽다」의 세 가지 문제점으로 요약할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첫째 보수액 문제는 일반 공무원이나 사회사원과 대비해서 학력ㆍ연령 등을 감안하여 적어도 동등한 대우를 베풀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자들의 자치적 부담이 그만큼 더 증가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려야 한다. 다음은 그들의 신분이 주임신부의 재량 여하에 따라 좌우됨으로 인해 보장되어있지 못한 것이 오늘의 실정임을 볼 때 그들의 정신적 불안과 집무의 불성실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욱이 퇴직급여가 전무하거나 불충분한 점에 이르러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루속히 본당 사무장을 위시한 교회 각 기관의 종사직무에 대한 통일적인 인사규정을 제정하여 제급여표준액 근무 및 신분보장 등을 명백히 제도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소위 인격적 대우에 관해서는 이미 앞에서 언급했거니와 이것은 성직자와 신자의 양측에서 그들을 같은 교우인 동시에 당당한 사회적 직업인으로서의 마땅히 인격적 대우를 해줘야 하겠다. 오늘의 현상을 보건대 그들은 장상신부에 대해서는 직책상의 권리의무관계보다는 마치 신분상의 종속관계에 있는 것 같은「콤프렉스」를 갖고 있으며 또 한편 일반신자들에 대해서는 모든 이의 사용자시하는 월권적 태도에 대한 일종의 반발 같은 것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성직자나 신자들이 좀 더 형제적 사랑으로 존경하고 아끼고 위로해주는데 관심을 모아야하겠다.
마지막으로 본당사무장 자신들에게 한마디 첨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사제와 일반교우의 자세와는 정반대로 그들은 그들이 단순히 보수만을 위해서 일하는 일반직장 생활과는 달리 직장인 푸라스(+) 봉사자란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되겠다. 사회일반의 근로자들이 행하는 노동조합 등의 수단을 통해서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 같은 정신자세나 행동방식을 가져서는 안 될 줄로 안다.
그것은 교회의 지체인 신자로서 교회업무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 일반사회에 있어서 단순한 권리의무의 관계로서만 맺어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점이 있어야 하겠다. 좀 더 봉사와 희생의 정신을 발휘하여 교회의 업무에 충성을 다할 것은 물론 성직자와 신자들 사이의 윤활유적 전달의 역할도 아울러 힘써주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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