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어디를 가나『세상 큰일 났군 이렇게 썩을 수가 있나』하고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 사회의 부패와 부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현상은 조국의 근대화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근대화의 참뜻을 모르는 사람의 말이다. 왜냐하면 부패는 근대화를 좀먹고 경제 건설을 하루아침에 파괴하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층 빌딩이 서고 고속도로가 되고 공장이 건설되는 등 눈에 보이는 경제적 물질적 여건만으로 근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근대화의 기저(基底)로서의 철학이 확립됨으로써 정신적 자세가 옳게 서야 한다. 바꿔 말하자면 정신적 근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느날 택시를 타고 가는데 건널목에서 교통순경이 차를 세웠다. 운전사는 곧 순경에게 가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더니 무엇인가를 순경에게 주고 돌아왔다.『운전수 양반 무슨 일이죠? 』하고 내가 물으니 그 대답이 걸작이다.『세금 바치고 왔습니다. 돈이면 그만이죠』하며 웃는 것이다. 잠시 나는 우울한 생각에 빠졌다『바로 부패가 여기에 있구나…』사회가 썩어가는 것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눈 앞에 있으며 자기 신변에서 생기고 있는 것이다『운전수 양반 돈을 왜 줍니까. 운전수 한 분 한 분이 주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까』하고 재차 물으니 운전사는『피차 벌어 먹어야죠 망할 놈의 세상! 』하고 입을 다문다.
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이 운전수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곧이어 세상을 개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신이 그 망할놈의 세상의 일익을 담당하며 함께 살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큰일났다고 걱정하는 사고(思考)의 밑바닥에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자기 문제가 아닌 양 제삼자적 입장이 있는 것이다.
『나만이 깨끗해서 무엇해』『별 수 없는 세상 되는 대로 살아가지』하는 마음가짐은 자기 자신도 부패에 적응하며 같이 썩으면서 자기 생명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무책임하게 적은 일에서 사회를 좀먹고 나라를 망치는 행동을 하면서 이 정도야 상관없지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의 문제인 것이다. 인간의 존재는 나를, 나와 너로, 그리고 우리를 인식케 하고 공동체 안에서의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러면서 나를 개방된 존재로 하되 완전한 자기를 형성하게끔 한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로 볼 때 결코 제삼자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회의 부패 앞에서 단호히 책임을 지고 의무를 수행하면서 공통선(共通善)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각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위치로써 썩은 곳을 도려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며 조국을 근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註>지난호로 윤병희 신부님의 본란 집필을 끝내고 이번호부터 양한모 씨가 앞으로 5회 동안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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