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당국에서도 지난 9월 24일부터 한 주간을 독서주간으로 정하고 독서열 앙양을 위한 연중행사로 치루었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이와 같은 취지로서 매년 6순 주일을 출판물 보급주일로 정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가 일반 교양서적과 교회 서적이나 신문 잡지 등을 많이 읽으라는 장려책으로서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지식을 넓히고 교양을 높이고 따라서 인격을 닦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우리 그리스챤은 특별히 복음성서를 위시한 교회 서적을 읽지 않으면 자기 신앙을 향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독서 실정은 어떤가.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은 상식처럼 돼 있다. 그 정확상 여부는 모르겠으나 일본 사람은 1년에 한 사람 평균 3000페이지의 책을 읽는데 한국 사람은 단 50페이지밖에 안 읽는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얼마나 우리가 책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가? 학교문을 나오기만 하면 의례의 공부는 끝났다고 하는 사고방식은 차치하고라도 한참공부에 전념하고 있어야 할 대학가까지 책점들이 당구장과 다방에 밀려났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우리 신자들도 일반 국민의 그 범주 안에 있을 것은 물론이나 특히 교회 서적을 읽는 면에 있어서는 일반의 독서 수준보다도 더욱 저하된 상태에 있다고 본다. 그것은 성서를 비롯한 교회 일반 서적이나 교회에서 출판하는 신문 잡지의 판매 부수를 봐서 곧 알 수 있다.
즉 경향잡지 한 가지만 보더라도 이는 우리 교회의 유일한 기관 잡지로서 50년의 전통을 가진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4만 부까지 나가던 것이 지금은 도리어 2만 부 선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80萬 신자에 비하면 40명에 한 부 꼴밖에 되지 않으니 통탄할 일이며 이것 한 가지만 보더라도 여타 서적이나 잡지 신문 등을 얼마나 안 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와 같은 冊을 안 보는가? 그 원인을 분석해 본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일반적 이유를 들 수 있다. ①안일주의 ②물질위주 ③학교교육의 입시심 치중 ④공부 무용의 사회 풍조 ⑤시청각에 의한 오락의 침범 즉 래디오 텔레비 등의 안일한 오락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들이다. 이러한 공통적 요인 이외에 우리 교회 신자들에게는 특유한 몇 가지 요소가 더 있는 것 같다. 첫째는 교회 서적들이 대체로 난해무미하다는 것이다. 읽기가 어렵고 또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 서적이니까 재미로 보는 것이 아니겠지만 좀더 알기 쉽고 재미스럽게 꾸미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또 하나는 우리 교회는 공부 안 하는 전통(?)이 있다. 성서는 성직자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일반적, 특수적 이유로 오늘날 우리 신자들이 독세에 대해 지극히 소홀한 사실에 대처하기 위해 다음의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一) 신앙과 성서 지식의 필요성에 대해 좀더 강조해야 하겠다.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그리스도 자체와 그분의 말씀과 행동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같은 그리스챤이면서도 개신교 신도들이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실이다.
(二)공부하는 교회의 풍조를 조성해야 하겠다. 각종의 피정 때나, 그룹회의 등 모든 분야에 있어 공부하는 기풍을 조성해야 하겠다. 공부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더욱이 신앙생활에 있어 교회 서적을 공부하는 것은 그것이 곧 묵상이요 기도인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독서열을 못 가진 사람으로서 하느님을 충실히 섬긴 자가 없다』고 갈파한 성 아타나시오의 말씀을 명심해야겠다. (三) 교회 서적의 평역화 문제이다. 교회 서적을 저작하거나 번역함에 있어서 좀더 알기 쉽게 부드럽고 재미있게 하도록 특별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겠다. 오늘날 교회 출판물이 적은 것도 아니고 내용이 부족한 것도 아니지만 그 독서율이 적은 이유의 하나는 그 책들이 難題無味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四)끝으로 특히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성서 보급을 위한 특별 조치를 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성서를 모르고 어떻게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겠는가? 우리 신자 된 사람은 아무리 독서를 안 한다 하더라도 성서 한 권만은 갖고 있어야 하고 또 읽어야 하겠다.
즉 복음성서만은 매인 1권주의를 목표로 삼고 보급운동을 전개해야 되겠다.「바티깐」공의회 이후 지금은 성서 공부의 풍조가 약간 일고 있으나 아직도 미온적, 소극적이다. 좀더 일반화하고 조직화하여 성서 읽히는 방안을 모색해야겠다. 가령 성서 보급 특별기금이라도 마련하여 성서를 염가로 배부하는 방법도 고려해 봄직하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출판물 보급일의 운동으로서 복음성서 보급 기금을 모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날의 둘째 번 헌금 전액을 그 기금으로 충당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요는 이때까지 우리는 모두가『책을 읽자! 』는 외마디 소리만 외쳐 왔을 뿐이지 정작 책을 읽힐 만한 방법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었던 형편이다.「책을 읽자」는 채찍질과 함께「책을 읽는」방법을 제시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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