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크리스챤 아카데미 하우스」에선 참으로 흥미 있는 모임이 열렸었다. 스스로의 가치와 본성을 상실해 가는 현대 인간의 비인간화현상을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등 9개 분야로 나누어 검토 진단하는 모임이었다. 의식구조 등과 정치적 측면, 제도적 이면으로 갈라 그 원인도 해석하고 있었다. ▲결론을 기대할 수 있는 성격의 모임은 아니지만, 공개 석상에서 분석을 시도했다는 그 시도 자체가 바로 주목을 끄는 것이다. 어떤 난관을 치루든 비인간적인 물결을 타개하자고 외쳐야할 만큼, 그러한 풍조가 하나의 엄연한 실제로 온거리를 휩쓸고 있다는 사실의 새삼스런 발견 때문이다. 위대한 사람들이 일찍이 던지곤 했던 예언적 경고가 이젠 예언일 수 없어진 실제. 인간이「인간화」를, 스스로의 회복을 부르짖어야 하는 가장 묘한 시대가 됏으니 어쩔까『옛날 사람들은 철학으로서의 인간을 논했지만 현대는 문제로서의 인간을 논한다』는 말이 바야흐로 심각한 공감을 자아낸다. ▲그런데 비인간화 얘기가 나오면 으레 기계문명이니 매스콤의 침해 따위를 거의 상습적으로 따져 볼 땐 아무래도 안일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자기 외부의 상황 때문에 독자적인 안목이나 판단력을 던져버린채 부유한다는 것은 자기 존재전체를 던져버린다는것과 촌분의 차도 없는 얘기니 말이다. 인간의 자유화, 즉『역사 속에서의 스스로의 입장에 대한 창조적 인식』이야말로 참된 의미의 인간화를 가능케 할 수 있을 터이다. ▲키에 올려진 밀알처럼 존재 전체가 까불리는 상황에 있어라도 자아와 의식, 가장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것만은 죽어도 포기해선 안 되지 않겠는가. 대중 사회의 부분품 내지 도구로 추락되지 않는 길은 결국, 각 개인의 그러한 자율성과 판단적 행위의 확고 여부에만 달려 있는 것인지 모른다. ▲물론 아무리 확고한 자세로 일생을 살아가건, 새롭고 의아로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크고 작은 동요를 겪지 않을 수 없는 게 인간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흔들림과 부조리가 주는 자극 때문에 인간 생명은 더욱 풍성한 내용을 지녀 가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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