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룻길을 가노라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옷차림과 개성과 외양이 다름 같이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도 가지각색이다.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사람, 미소로 인사하는 사람, 실수를 하여 용서를 청하는 사람 등, 이렇게 많이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중에도 특별히 자신을 돌아보게하고 고마움의 씨를 마음에 심어 주는 사람들도 가끔 만나게 된다. 얼마 전 야외로 소풍을 나갔다가 무거운 짐을 가지고 돌아온 일이 있었다. 뻐스 정류소 앞에 내렸을 때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고 무거운 짐을 끌고 언덕 위의 우리집까지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 몇 명을 집에 가서 리어카를 가지고 오도록 하고 여섯 명의 수녀들은 개미 역사하는 식으로 그짐을 들고 끌며 걷고 있었다. 특히 한 구경거리었을 것이다. 그때 노동자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오더니 실으라고 하였다.
집에서 사람도 올 테고 하여 몇 번이고 사양하였지만 기어이 실으라고 하니 별 도리가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분은 끌고 우리는 밀고 하여 집까지 왔다. 오는 도중에도 몇 번이고 내려 주기를 부탁했으나 꼭 실어다 주어야 되겠단다.『제가 안 보았으면 모르되 보고서야 어떻게 지나쳐 갈 수 있겠습니까? 다른 분들은 교회를 위하여 일생을 바치시는데 저 같은 사람은 이럴 때나 수녀님들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수녀님들!』 그 사람의 고귀한 뜻에 손상이 될까 하여 아무 말도 더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여 얼마간 감사의 표시를 했지만 굳이 사양하며 자전거 위에 올라 언덕길을 내려갔다. 오늘의 끝기도를 바치고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하루 종일 놀고 온 우리를 위하여 하루 종일 무엇인가 어려운 노동을 했을 그 사람이 봉사를 한다-
과연 우리가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훌륭하고 착실하게 또 겸허하게 교회를 위한 봉사에 힘 쓰고 있는가 생각해 볼 때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선사업이니 봉사니 하여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많이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리스도의 참 정신을 겸허한 내면의 사람을 통하여 인류 속에 흐르고 있다는 교훈을 재삼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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