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수반에
코스모스와 갈대가 꽂히고
소식도 슬프지 않는
둘째 딸은
단풍 고운 능선에 등산 가는 얘기
막내딸은
긴 양말을 사 달라는데
향긋한 송이버섯 반찬에
잠시 가을이 머문다.
그 언제나 이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의 애수일랑
잊은 듯 바위가 되랴
식구들이 모여든
저녁 밥상엔
무우 층층이 깔아
싱싱한 갈치를 끓이고
돌깻잎 맛있게
그릇에 오붓이 담아
한 자리에 정을 모을까 봐
깨끗이 행주치마
불평 없이 두르고
풋고추 밀가루에 무쳐 찌고
늦가을 가지 말려 튀겨
적자 가계부를 메꾼다
▲이 시는 지난 10월 7일 여류 문학인회가 주최한 제4회 전국 주부 백일장 시부에서 1등을 차지한 정운지(본명 마리아) 여사의 당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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