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4일 간「아카데미 하우스」에서 많은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급격한 사회 면동으로 야기되는 비인간화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인간 회복의 처방을 모색하면서 각 분야에 걸쳐 인간 상실의 원인을 규명하고 비인간화의 과정을 분석하여 문제 해결에 종합적 대책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를 볼 때 경제제일주의를 부르짖고 경제를 인간보다 우선시키는 정책과 정치가들의 자세를 냉철하게 반성하면서 인간 존재를 똑바로 보고 비인간화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검토한다는 것은 참으로 적절한 일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우리나라에서도 늦은감이 있으나 이와 같이 거론됨을 정말 기쁘게 생각했다.
물론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인간 회복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물질문명의 발전은 인간을 기계의 노예로 만들어 필연적으로 인간의 소외를 초래케 했다. 그리하여 인간은 날이 갈수록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산국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현상은 인간을 조직과 이데올로기의 노예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을 물질화하여 인간성을 박탈하고 있는지 이미 오래다. 공산 독재 권력은 비인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코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구체적 문제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난 비인간화의 과정을 나타난 현상으로부터 고찰하면서 인간 존재의 내면으로부터 깊은 곳을 분석하는 것이 보다 더 긴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 상실은 주어진 환경의 비인간적인 요인 때문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인간 자신의 내부로부터 움트는 부조리에서도 오기 때문이다.
원천적으로 볼 때 근대는 초자연적 질서의 부정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런 까닭에 근대 사상은 자연이 초자연을 삼켜 넘기고 또한 자연의 주관 속에 갇히어 꼼짝 못하게 됨으로써 주관주의와 일원적 자연주의에 빠지고 말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초자연과 자연의 상관적 존재로서 어느 하나든 경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상의 분열은 초자연적 질서를 망각하고 자연적 질서에 일변도한 데서초래되었다. 그라하여 인간의 분열은 비인간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신은 죽었다고 외치는 인간의 부르짖음은 초자연적 질서를 머림으로써 신과의 인격적 교섭을 끊게 했다. 그 결과는 자신에게 불안과 고뇌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비인간화를 격화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다시금 신이 살아 있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한 발 더 나가서 인간의 깊이를 자각하고 인간하고 인간 실존의 깊은 곳에 현존하는 초자연적 질서에 귀의하여야 할 것이다.
인간 회복의 문제는 사회의 모든 분야의 종합적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신에의 용기를 냄으로써 인간 복귀의 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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