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국 주교회의가 숙원이던 사목연구원의 발족을 결단한 것은 그 몇몇 가지의 중요한 의결사항 중에서도 가장 뜻있는 일이라고 하겠고 晩時之感이 없지 않으나 모처럼 발족한 것이고 보니 발전과 결실을 기대하는 마음 적지 않다.
차제에 발족을 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미비한 발족이 앞으로 성공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 부족하나마 몇 가지 조언을 부쳐보려 한다.
먼저 그 발족의 과정을 본다면 3년 전부터 주교회의에서 의제로서 상정되어 해마다 당위성만 재확인하는 정도로 지연되어 왔던 것으로 안다. 물론 거기에는 한국 교회의 모든 문제 해결에 이대난관으로 알고 있는『돈 없다』『사람 없다』의 원인이 똑같이 그 이유로 작용, 사목연구원 발족이 지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삼년이 지난 오늘에도 돈과 사람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상 더 지연할 수 없다는 필요의 압세에 의해 간신히 2명의 인사 배치로써 우선 미비하나마 사목연구원이라는 작명을 보기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명명식을 올린 사목연구원이 시동되고 생산적 기능을 발휘하려면 앞으로 한국 주교단은 물론 전국 사목회의 뒷받침과 호응이 어느 사업보다도 우선적으로 따라가야만 하리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선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상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한국 교회에 활력을 가지게 함으로서 심체에서 용감히 일어나 쇄신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선 사목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사제들의 실력 확보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제들을 위한 공의회 교령도 말하기를『주교들은 사제들이 보다 쉽게 면학에 정진하고 복음 선포와 사도직의 방법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들에게 보조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테면 각 지역 환경에 적합한 강습회나 연구대회의 개최, 사목연구소의 설치, 도서관의 설립, 적임자들에 의한 연구 지도 등 그것이다』(교령 19호)라고 했던 것이다. 어찌 적절한 말이 아니라! 서구 교회에서는 공의회가 폐막되자 사제들 자신의 자각과 자발성으로 연구 회합을 가지는 데 앞장섰고 그것이 동력이 되어 오늘날의 서구 각지에 사목연구소가 설치된 것이며 연중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사제들이 연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제들이 자발적 연구회를 가졌던 일례를 들면 프랑스「리옹」교구 내에서 사제서품 십주년이 되는 사제들이 자발적 합의로 약 구십명이 하계 휴가 기간인 이개월을 완전 합숙하면서 사목에 관련된 긴급한 학문 분야를 전문가들의 지도하에 연수했었다.
그것이 오늘에도 좋은 전통이 되어 사목연구소 군영 이외에도「서품 십주년 사제연수회」라는 것이 매년 계속되고 있는 그밖에 서품 십오주년자들과 이십주년자들의 연수회라는 것들이 생겨 서구교회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 교회보다는 어느모로 보든지 앞서고 있는 서구 교회가 연구의 필요를 그만큼 느꼈고 또 해결에 자진 앞장섰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고 어찌해야 할 것인가? 무지는 무능으로 통하고『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렁에 빠진다. 』일반 사회 기관이나 학교 기관에서도 부단히 연구회를 가지고 그것으로 사회 향상과 개인 능력 평가의 방법으로 삼고 있지 않는가? 한국 교회의 사제들은 한 번 신학 교문을 나온 다음에는 평생 연수회(진지한 의미) 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채 사목을 담당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이면서도 아무 대책 없이 오늘에까지 이르었다는 것은 한국 교회의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 사목연구원의 발족을 보게 된 것은 어느모로 보든지 당연한 결정이고 쾌적의 감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깊은 연구나 방법의 수립 없이 단순히 인사배치 하나로 모처럼의 사목연구원이 자동적으로 시동되고 운영이 잘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고 막연한 감만 앞서는 것이 숨기지 못할 사실이다. 연구원의 임시 예산만 보더라도 두 사람의 생활 정도이고 보면 앞으로 어떠한 연구활동이 가능할지 그 전망이 너무나 빤하다. 기대하건대는 앞으로 담당할 두 분이 연구원의 운영자라이기보다 이제부터 연구원 설립의 준비위원으로 무계획을 계획으로 바꾸고 주교단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도록 하는 동시에 한국 사제단의 자각과 자발을 불러일으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만 할 것 같다. 한국 교회의 활로를 책임 진 자로서의 자긍을 가지고 성실히 착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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