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양에서 특히 미국에서는 백인보다 흑인, 선생보다 학생, 남자보다 여자가 더 힘이 센 것 같다. 실질상은 미국이 아직 흑인과 학생과 여자의 세계가 아니지만 이들이 미국 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된 사실을 생각하면 골치 아프게 해 주는 이가 골치 아픈 이보다 상위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이러한 실정 앞에서 머리를 흔들며 이해 못하겠다고 흔히 말한다. 흑인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왜정시대의 쓰라린 경험이 있어 동정이 앞서서 납득을 잘 하지만 학생문제는 일반 사람의 경우에 깊은 생각 없이 그저 사춘기의 반발로 취급된다.
여성운동에 대해서는 지성인마저 얼떨떨하게 느끼며 미국 사회에서는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하여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야단법석이냐 라고 물을 것이다.
「뉴욕」시가에서 교통난을 일으킨 2만여 명의 여성 행진을 하나의 애교 있는 작란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인간은 문화의 배경에서 온 영향을 받아 발전도가 각각 다르다. 우리 동양에서도 학사나 석사 학위를 가진 젊은 가정주부가 혼자 외국 유학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문제 없이 공부하러 갔다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주위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가정에서 불화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냐』『남편과 갈라져서 그러냐』『남편을 두고 그렇게 가느냐』는 등등 온갖 걱정을 해 주며 직사포 식으로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내를 가진 남자가 외국에 공부하러 가는 것은 보통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가 아내를 두고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문제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서양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 부부끼리 서로 알아서 결정할 문제지 제3자가 나서서 본인을 두고 공공연하게 걱정해 주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인 입장을 떠나서 사무적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근심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여성이 들고 나선 나라는 동양에있지 않고 우리가 보기에 여성 해방이 잘 되어 있는 미국이다.
반면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남편의 동의를 얻어 혼자서 외국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 여성은 공적 입장에서 이와 같은「치욕적인 질문」을 받을 때에 미소를 띄우며 감사의 표정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과 평등시 여겨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족치 않는 사람도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외국 사람이 미국 사회의 흑인문제를 볼 때에 흑인이 바라는 것은 오직 차별 대우를 없애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흑인 해방운동의 대표 인물인 킹 박사는『자기 딸을 흑인과 결혼하는 것을 즐겨 허락해 주는 이야말로 흑백을 평등시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차원에 올라설 때에 우리는 사마리아인과 여성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신 그리스도가 더욱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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