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아침
일몰의 저녁
우리는 당신의 손이 필요하다
사랑의 따뜻한 감촉을!
삶의 고난 속에서
당신의 손을 찾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누구나가 죄인인 우리를
천사처럼 맑게 하는 것은
당신의 하얀 손길이다. (가톨릭 생활에서)
이 시에서 느끼는 바와 같이 신부님의 손에는 매일 아침 예수님 자신이 내려오신다. 참으로 사제직은 위대하고 숭고한 것이다. 신부님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 신부님이 다른 사회인과 같다면 그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다.『믿으며 희망을 가지고 재난도 죽음까지도 감수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나와 같은 인간이라면 나에게는 신부님이 불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옛날 내가 공산당의 간부로서 종교를 아편이라고 반대하며 무신론을 주창하고 있을 무렵에 의식적으로 또는 정책적으로 신부님을 미워하려고 애를 쓰면서 당원들에게 그에 대한 증오감을 고취시키는 일을 하였다. 그러나 길에서 지나가는 신부님을 우연히 뵐 때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한 구석에 외경심이 월남을 어찌할 수 없었다. 이러한 나의 심정은 신부님들의 순결과 청빈을 지키며 인간으로서의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자세에서 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본당에 자타가 공인하는 호랑이라고 불리우는 호「虎」신부님이 계시다. 외양으로 뵙기에는 무섭고 쌀쌀하고 무뚝뚝하신 것 같으나 가까이 할수록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는 양 신부님이시다.
지난 10월 26일로 성직자로서 봉직하신 지 40년이 되신다. 이날 축하식에서 양 신부님은『「신부의 훈장」은 십자가의 기수로서 희생하며 봉사하다가 늙어서 길가에 쓰러져 가는 것이다』라고 말하시면서 어느 한 신부님의 부산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하셨다.「신부의 훈장」이 길가에 쓰러져 가는 것이라면 천주님의 뜻대로 하시는 일이긴 하나 우리 신자들에게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다.
물론「마음의 훈장」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축복이 있을 것을 믿으나 신자로서 해야 할 의무감을 절감케 한다. 한 평생을 희생과 봉사로서 끝마치는 신부님들을 위하여 교회 행정 당국이나 신자들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 바로 신부님들의 노후 대책이다. 그러나 어느 신부님 치고 이 문제를 걱정하시고 계신 분은 없다. 노후의 대책이 서 있어서가 아니라 천주님의 뜻대로 하시기를 바라고 계시는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회 행정 당국이나 우리 신자들이 가만이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요컨대「신부의 훈장」이 희생하며 봉사하다가 늙어서 길가에 쓰러져 가는 것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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