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이야기자만 좋은 일은 서로 본받고 궂은 일엔 서로 도움을 아끼지 말자는 뜻에서 군인주일에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할까 한다.
우리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곳 평택은 아직 군종신부님이 상주하지 않는 곳이다. 그 때문에 보좌신부도 없이 3천 명의 신자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도 매주 화요일마다 부대를 방문하여 고백성사와 미사 집전은 물론 군인 신자의 교리 지도와 개별 접촉을 통해서까지 우리들을 걱정해 주는 서 마테오 신부께 우리 군인 신자들은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군인주일에도 우리 군인 교우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막연히 걱정만 하고 있던 차에 신부님께서 미리 알고 협조를 자청해 왔다. 그 결과 김 프란치스꼬(길평) 대위님이 강론을 맡기로 하고 전 교우들이 미사 참예를 하게 됐다. 성당에 도착하니 여중고교생으로 구성된「레지오 마리에」단원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꽃을 가슴에 달아 주며 축하해 주는 바람에 냉대에 익숙한 우리들은 오랜만에 받아보는 뜨거운 환영에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미사에 참석한 모든 군인들이 성체를 모실 수 있었던 것은 그날의 진정한 의미를 맛본 거라고 생각된다. 또한 신부님은 미사 후 군인들을 위한 오찬회를 마련하여『이 복무 기간을 짤막한 신앙의 시련기로 생각하고 더욱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영위하라』고 격려하면서 힘 자라는 데까지 계속 목자 없는 우리들을 위해 기꺼이 목자가 되어 주겠노라고 하여 우리 모두를 감격케 했다. 군인이라면 덮어놓고 경계를 하거나 아예 쳐다보려고도 않는 메마른 현실에서 참으로 본받을 만한 형제애의 실천이라 여겨진다.
같은 날 다른 부대의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군인주일 설교를 군인 장교가 하도록 주선을 하는데『군인은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본당신부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군인은 우리의 형제요, 군대는 우리의 것』이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이런 사람에게는 소 귀에 경 읽는 격이다. 참으로『군인은 나의 가족, 나의 형제』라고 생각하는 신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정말 군인은 버린 자식이요 버린 형제일까? 그러나 평택 신부님과 교우들의 따사로운 형제적 사랑이 우리들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 주는 한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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