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을 자문하기 위해 세계 각 주교단 대표들이 모여 토의하는 세계 주교 시노드가 내년 9월에 열리게 될 것이라고 지난 10월 19일 시노드 사무국에서 발표했다. 1969년도 시노드에서는 주교 공동성 문제를 주제로 토의하여 13개 안을 내놓았는데 작년 시노드의 결실은「로마」에 주교 시노드 사무국을 설치하는 것과 2년에 한 번씩 주교 시노드를 소집할 것 등이었다. 따라서 71년 9월에 다시 시노드가 개최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71년도 시노드의 주제가「사제직」으로 결정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전차 시노드가 주교 공동성 문제를 다루었으니 서열상 다음은 사제직의 문제가 대두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물론 예부터 논의돼 오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1970년도에 접어들면서 가장 심각해졌고 또 세계 교회의 관심을 모은 문제는 틀림없이「사제직」의 문제이다. 금년 1월 4일부터 7일까지 있었던「화란 사목공의회」는 사제 독신제 폐지와 여자 사제 채용 등을 결의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킨 바 있었지만 이러한 지역적인 범위를 떠나서 성소 감소와 사제들의 사제직 이탈은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왜 사제가 도기를 싫어하고 왜 일단 서품된 사제마저 사제직을 떠나게 되는지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두 가지 세계적 경향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완전히 침부해 왔다고는 볼 수 없으나 한국 교회가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고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제들에 대한 소극적인 비판보다도 한국 교회의 새로운 사제상을 모색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줄 믿는다. 먼저 우리는 교회론에 입각한 사제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사제직과 인간 사제를 혼돈한다. 사제직은 교회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것이나 사제는 한 인간으로서 교회의 사제직에 합당할 수도 부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인간이기 때문에 사제직과 사제를 혼동하여 사제를 신성화함으로써 많은 폐단을 초래해 온 것 같다. 물론 사제 없는 사제직이 있을 수 없겠으나 정당한 교회론에서는 이 양자를 혼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사제직은 교회의 직책이기 때문에 교회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회가 성하면 사제직도 성하고 교회가 부패하면 사제직도 부패할 것이고 교회가 사회에서 갖는 위치를 사제직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볼 때 사제직은 사제들의 문제만이 아닌「하느님의 백성」즉 교회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는어떻게 하면 사제직에 가장 합당한 사람을 양성하고 사제직에 합당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이다. 사회는 변천되고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 습성은 날로 달라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만 고수한다는 것은 사제직을 파멸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신학교 교육의 쇄신은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사제들의 생활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그들의 사회적인 생활 여건, 그들의 심리 분석, 그들의 경제적 상황 등은 깊이 연구되어야 하겠고 그들이 받은 소명을 가장 효과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수반되는 문제로서 사제 독신 문제가 있다. 우리는 사제 독신제의 폐지를 반대한다. 그러나 독신생활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부여하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어쨌든 내년에 개최될 주교 시노드에 지대한 기대를 걸어 봄직하다. 그러나 주교 시노드가 만사를 해결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본다면 우리 한국 주교 중 한 분이 주교단의 명의로 주교 시노드에 참석하였으나 시노드 전후에 전체 한국 교회와의 관련이 결핍되었던 것 같다. 차제에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주교 사노드에서 참석 주교의 개인 의견 발표로 그치지않게 하기 위해서 전체 교회의 의견을 종합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설문이나 대화를 통해서 사제들과 평신자들이 사제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할 줄 믿는다.
이미 종교 사회문제 조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또 사목연구원도 신설되었으니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거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가톨릭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여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협조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공염불에 지나지 못할 것도 사실이다.
올바른 사제상의 재발견은 교회의 장래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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