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발달한 사회일수록 상호 불신 의도가 높아간다는 말이 있다. 하기야 지금부터 몇백 년 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옛 사회에 있어서는 상호 간의 신뢰심이 강했다고 본다.
그 옛적에는 대개 혈통과 전통과 씨족이 서로 동일하였기 때문에 자기들의 추장을 절대 신뢰하고 복종하였다 한다.
이와 같이 인간들의 모임의 최초의 모양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집단(集團) 다시 말해서 내 가정 나아가서는 부락, 여기에서 다시 인위적인 집단인 도시로, 국가로, 세계로 인간들의 집단은 진보 발달되어 왔다.
따라서 근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와 국가의 거리감이 문명이라는 혜택으로 서로서로 접근되어 가까워져 가고 있는 형편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인간의 개체에서 어떠한 집단을 이룸으로써 사회생활에 자연 발생하는 결점과 모순을 관습과 관계와 사회적인 제도로 제거하거나 혹은 보충해 왔다.
집단생활이 오늘날처럼 복잡해짐에 따라 여러 가지 법과 조화된 질서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 사회를 다스려갈 치밀한 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와 같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들은 종교를 신앙하고 학술을 연마하고 경제를 개발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개개인의 마음을 밝히며 악과 선의 구별을 명백히 함으로써 인간들의 생활이 더욱 풍부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복잡하고 어지러운 사회를 바르고 명랑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운 법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를 발전시키고 그리스도의 지체와 일치하는 교회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회법이 있다.
그 법을 바르게 지키고 행할 때 보다 발전하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우리 손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진리는 비단 교회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나 단체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작용된다.
개인(個人)이 서로 신뢰하고 또 국민들이 서로 신뢰할 때 그 국가는 강력한 권력이나 까다로운 헌법(憲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실증을 오랜 세대를 통해 자유를 사랑하며 싸워온 민족들은 우리에게 잘 보여 주고 있다.
친구의 말과 행동을 서로가 믿지 못할 때 그 사이는 벌써 친구로서의 의의가 사라진 것이며 남편이 아내를 의심하고 아내가 남편을 의심할 때 그 가정은 법적으로는 부부일는지 모르나 진실한 의미에서의 부부는 아니다. 또한 아들이 부모의 말과 태도를 믿지 못하고 부모가 자식의 말과행동을 의심할 때 윤리적이요 종교적인 의미에서는 벌써 부자지간에 금이 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진리는 교회와 신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신자들은 자신들을 위해서 세워진 교회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사제와 신자들이 상호 신뢰할 때만 그리스도의 지체와 일치하는 신자들의 집단이 될 수 있는 것이요 영구히 발전하는 교회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좋은 말과 훌륭한 글을 가졌어도 신부가 신자들을 불신하고 신자가 신부를 속이려는 그러한 교회는 패망이 따를 뿐이다.「상호 신뢰」라는 말처럼 건설적이고 희망을 주는 말도 다시 없을 뿐 아니라「상호 불신」이란 말처럼 우리에게 절망과 패망을 느끼게 하는 말도 다시 없을 것이다. 개인과 단체 형성에 있어서「상호 신뢰」가 가장 긴요한 요소라는 사실은 자명의 진리이다. 그런 고로 상호 간의 신뢰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자가 신뢰를 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타인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도 타인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부르스 바른이『모든 인생 항로에 있어서 가장 능력 있는 자는 성실한 자』라고 말한 것과 같이 각자 자신이 신뢰를 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성실해야만 한다. 꽃에 향기가 있으면 더 귀하듯이 인간도 향기가 될 만한 성실성을 가진다면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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