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은 꼭 교통 순경 타입이야 종로나 시청 앞에다 내세우면 꼭 어울리겠는 걸』
『내가 교통 순경 타입이라고? 내다 세우시구려 수도회 망신은 내가 시킬 테니 창피는 수녀님이 당하시면 되지 않우』
이렇게 이야기하고 한바탕 웃은 일이 있었다. 그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시내에 나오면 교통 순경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한 번은 15분 동안이나 교통 순경이 하는 일을 지켜본 일이 있었다. 내가 타고 갈 뻐스가 두 대나 지나가도록 그분들이 하는 일이 자의에서인지 타의에서인지 혹은 세상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부터 나온 동기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상 어쩔 수 없어서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회의 안녕 질서를 위하여 얼굴이 구리빛이 되도록 동분서주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볼 때 경이와 감탄을 금할 길 없다.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모두는 마음 안에 교통 순경을 세워 두어야겠다고….
오솔길만 알고 달음질을 치다가 맞부딪쳐 유혈극을 벌이는 그런 일이 없이 살짝 피해 서로의 갈 길을 가도록 자신을 지휘하는 현명한 마음의 교통 순경 말이다. 갈 길은 까마득한데 가소로운 일들에 매달려 왈가왈부 세월을 보내다가 늦어진 인생행로를 한탄하며 축 늘어진 어깨로 오솔길을 방황하는 삶의 고객들을 우리는 시시로 얼마나 많이 대하며 또한 우리 자신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가! 자신 내부야 어떻게 되었던 세상만사에 나만이 적임자라고 호통을 치다가 힘없이 쓰러지는 거구들의 비명을 들을 때마다『修身濟家 治國平天下』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이제 인간의 종말을 명상하는 계절. 굴러다니는 한 잎 낙엽이 자연법칙에 순응하듯이 저 심저에서 들려오는 양식의 지시를 받아 또 다시 진일보 인생행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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