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있는 탓이라 그런진 모르지만 가톨릭시보뿐 아니라 각종 한국 신문이나 서적에서 외래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불쾌하게 느껴진다. 순수하고 적절한 우리말을 두고도 구태여 외래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일반 대중을 위한 글에 함부로 외래어를 남용하여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게 하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거기다가 발음조차 잘 모르는 말을 원어를 소개해 주지도 않고 우리말로 표기하는 데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예를 들면 가톨릭시보 707호에 나오는 이태리 지명「치에띠」는 본고장 이태리 발음으로는「키에띠」라야 맞는 것을「치에띠」로 해 놓았으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시노드」니「울뜨레야」니「콤뮤니케」「넌센스」등 어려운 외래어를 마구 사용해야 유식한 것일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래어를 꼭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가능한 한 원어를 소개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표기하고 어원도 밝히고 짧게나마 설명하여 일반 독자들이 쉽게 알아듣도록 해 주었으면….
외래어를 무질서하게 남용할수록 우리 글의 순수성은 줄어들 것이며 우리 겨레의 순수성도 좀먹게 된다.
약소국의 민족일수록 외국어를 자랑삼아 사용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젠 그런 유치한 허세를 벗어 버릴 때가 됐다.
우리 모두는 글이나 일상 대화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여 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특히 신문은 이러한 일에 모름지기 앞장서야 될 줄 안다.
박 베네딕또「빠도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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