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역에서 차로 15분 가량 서남쪽으로 들어가면 마산 특유의 잔잔한 바다를 앞에 하고 송화의 향기 싱그럽게 풍겨오는 산 속에 아늑히 앉아 있는 건물 이것이 한국 최상의 요양원이라고 하는 국립 마산병원이다.
내가 처음 여기 입원할 때는 여름이었으므로 옆 산골짜기에서는 환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그림 같은 물레방아 한 쌍이 돌고 있었고 흐르는 맑은 물은 내 폐부를 깨끗이 씻어내는 듯하였다. 그러나 보다 깊이는 골짜기를 사이하고 인자하게 서 계신 예수성심상. 루르드성모상 미카엘대천신상. 큰 십자가상은 언제나 가서 안식할 수 있는 평화의 요람이었다.
병원 유사 이래 수녀의 입원이 처음이므로 당국의 호의는 물론 몇몇 신자들의 환대로 어색함 없이 제공된 병실에 들었다. 이 병원에는 성당이 들어 있어 큰 성당은 주일미사 때만 사용하고 평일에는 텔레비, 전축, 피아노들 기타 오락물을 장비해 놓고 환자들이 자유로이 와서 즐길 수 있다. 작은 성당은 성체를 모시고 요즘은 이곳 사제관에서 휴양 중이신 김갸오로 신부님께서 매일 미사를 봉헌해 주신다.
괴로운 육체의 자병과 싸우는 곤욕을 겪고 있을망정 하느님께로 향한 이들의 신앙은 참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350명 가량의 입원 환자 중 주일미사에 참예하는 신자, 예비신자 수가 150명 가까이 되어 병원 성당이지만 준본당으로 승격되어 마산 가톨릭문화원 원장이신 박재근 신부님께서 본당 주임을 겸하여 활약하고 계신다. 신자들은 전교열에 불타 서로 도와 주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괴로워하는 療友가 있으면 밤을 새워 가며 간병하며 위로한다.
올 7월부터는 구내 가톨릭 방송실까지 마련하여 宗敎ㆍ療法ㆍ文藝ㆍ音樂 등 다채로운 프로로 모든 환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훌륭한 배경의 이면에는 하느님께 바쳐진 귀중한 한 알의 밀이 충실히 썩고 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오지리 사도회원 하마리아 씨는 한국에서 대구에 처음으로 SOS를 설립, 1968년 6월에는 다시 이 병원에 부임 지금까지 거의 신부를 대행하시다시피해서 교리 등 매일 공동 심부름꾼으로 바삐 뛰어다닌다. 직원은 물론 모든 환자 사이에 하 선생님으로 통하며 병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알려졌다.
결핵이라는 병 자체가 하루 이틀에 회복되는 병이 아니어서 병고에 지친 환자들은 다소 차도는 있겠지만 외로움 속에 정력을 잃고 고민하거나 경제력의 위협을 받고 있으므로 끊임없는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지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그녀는 여러 사람의 딱한 사정 어려운 청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침식도 거의 제 때에 못한다. 본국 친구들로부터 받는 원조금은 성당 비품과 환자들을 위하여 다 소비하고 자신은 극히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하느님 앞에 언제나 즐겁게 병원 구석구석에 주님을 전하며 뛰어다닌다.
그의 전교로 영세자 125명 대세자 8명이 났으며 그 중 10명은 이미 영복소에 들었다. 그는 중환자나 또는 불시의 각혈로 가족마저 접근하기 꺼리는 환자들의 병상마다 찾아다니며 임종을 도와 줌으로 하느님을 알게 되고 마지막 성사까지 받은 여러 영혼이 급박한 호흡의 괴로움 속에서도 생의 최후의 잔을 퍽 순히, 극히 복되게 받아들일 수 있음은 실로 신앙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또 재입원과 요양이 더 필요한 환자들을 위하여 여섯 개의 방이 있는 집까지 병원 가까이 마련해 주어 신자 환자들은 더할 수 없는 기쁨으로 밝아오는 앞날을 기대하며 요양을 계속하고 있다. 어떤 병보다도 정신요법이 필요한 병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신앙은 의약을 대치하는 것 같이 신자들의 치유는 의사도 놀라리 만큼 빠른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가 해야 될 일인데 먼 나라의 한 여인이 곱게 청춘을 바쳐가며 이토록 큰 희생을 드림에는 무엇으로 감사해야 될지 모르겠다.
먼훗날 하느님의 푸른 목장에서 우리 모두 평화로이 쉴 때 당신이심은 보화들이 값진 상금이 되길 빈다. 신자 중에 결핵으로 고생하는 분이 계시면 서슴없이 한 번 입원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으며 아울러 애긍에 뜻있는 분이 계시면 소비자만 모인 이 가난한 본당에 후한 사랑의 손길을 보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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