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가 지난 11월 27일 필립핀「마닐라」공항에 도착한 직후 자객으로부터 피격 당할 뻔했다는 소식은 평화를 애호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인간을 낚는 어부로서 교황은 2천 년 교회 사상 최초로 4만6천4백km를 날아 아세아로 왔고『나자렛의 예수처럼 낯선 사람이나 손님으로서가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 있는 사람으로서 일반 민중 속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우리들에게 왔다.』(김 추기경의 환영사) ▲김 추기경은 지난 10월 27일 가톨릭 저널리스트 서울클럽 월례회에서 기자들과 담소하다가 교황의 필립핀 방문에 언급,『모든 사정이 남미(南美)와 비슷한 불미스런 폭력행위가 있을 것이 예상된다』면서 이상한(?) 보도들이 통신망을 통해 마구 들어올 터이니『잘 알아봐서』사실을 정확히 보도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또한 김 추기경은 신문들이『교황에게 들이날아온 사실만 확대 보도하고「교황의 방문」과「교황의 호소」는 무시해 버린 사례가 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정말 교황이「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사건이 일어났고 그 현장에 있던 김 추기경의 옷에 피까지 묻게 되자 국내 신문들은 김 추기경의 당부를 까맣게 잊고「들이날아온 사실만을」대서특필했다. D일보는 수녀 매매설이 나돌았을 때처럼 역시 침착하고 책임 있는 보도를 하여 권위지로서의 위신을 견지했지만… ▲범인 멘도자는 볼리비아 사람이고 볼리비아는 61년에 독립하여 64년까지 약 5년 동안 60번 쿠데따를 치룬 나라이며 필립핀은 선거 때 보통 1백 명 이상이 살해되는 정도의 치안상태다. 필립핀 학생들은 교황의 방문시에 대대적인 대모를 계획하는 등 매우 도전적이었지만 수백만 군중의 열광적인 환영「무드」에 휘말려 버려 기세가 죽은데다 교황으로부터 사랑의 복음을 듣자 그만 감격의 눈물을 줄줄이 흘렸고 폭력은 깨끗이 잊어 버렸다. 흉한 멘도자도 십자가로 가장된 흉도를 갈기 전에 먼저「평화의 사도」를 하나의 인간으로 맞아들여 그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면 흉도가 아닌 진짜 십자가를 빛나게 다듬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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