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근로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투쟁하여 오던 23세의 젊은 청년 전태일(평화시장 피복제조 종업원 친목단체 삼동회 회장) 씨가『근로기준법을 지켜 주고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가슴에「근로기준법」법규책을 껴안고 기름을 몸에 붓고 소신자살한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뼈아픈 충격을 주는 산업계의 비극의 단면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 평화시장 일대에는 남녀 종업원 2만7천여 명이 대부분 통풍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불결하고 비좁은 작업장에서 하루 평균 14시간의 중노동을 하면서도 형편 없는 임금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들의 많은 수가 노동 적령 미달 소년 소녀들이라는 점에 아연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전태일 씨는 과거 근로 개선문제를 위하여 수차에 걸쳐 합리적인 방법으로 관계기관이나 고용주들에게 진정 혹은 건의해 왔으나 모두 묵살되어 끝내 인간으로서 행하지 못할 자살까지 감행한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 산업계의 병폐가 극단에까지 이르렀다는 슬픈 사실이며 이와 같은 불합리한 모순이 지금까지 지탱될 수 있었던 사회가 그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이번의 평화시장 내의 근로조건의 병폐는 비단 이곳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 도처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냉철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경우이건 노동쟁의 수단에 있어서 폭행이나 위협, 사회 혼란 등이나 기타 자살 또는 극한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이러한 수단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명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아니한 하느님의 것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가능한 합법적인 수단으로 뜻을 이룰 수 없어 결국 젊은 쳥년이 생명을 자기 손으로 끊었다는 사실은 근로조건의 악화와 기업주의 비인도적 처사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여기에서 정의와 공평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임금 조절이나 근로 조건에 있어 무조건 노동자들의 요구만을 전적으로 들어 달라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원칙은 노동자가 진정으로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생존권과 그들이 인간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 받을 권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받았으며 여기에는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원칙이 부여되었으며 어떠한 차별이나 특전 또는 우월성의 주장은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 수단으로 얻어진 물질적 이익이 어느 한편에만 치우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기업주가 노동자를 무시하고 자기 이익만을 차지하려는 것은 바로 부정이다.
이같이 공평의 원칙을 기업가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에는 국가 공권력이 행사되어야 한다. 만일 국가가 이 기업주 편에만 서 있다면 그 국가의 공권력은 바로 부정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는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 따라서 국가는 노동정책에 있어서 최대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가능한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마련하여 노동자들 사이에서까지 불의한 계급의식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크리스챤 기업 종사자이면 동료 기업가들에게 정치인이면 주위 정치인들에게 노동자면 같은 작업장의 동료들에게 지식인이면 같이 지식을 연마하는 지식인들, 학생이면 친우들게게「정의와 공평」이 무엇인가를 알려 주고 하느님께서 가르쳐 준『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여 서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사회 풍토 개선에 누구보다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 자신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극히 간단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노동문제는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될 것임을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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