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상영된 영화「무기여 잘 있거라」속에 나오는 한 군종신부는 포화로 불길에 휩싸인 야전병원에서 후퇴 권고를 뿌리친 채 마룻바닥에서 신음하는 병사들과 함께「아베 마리아」를 소리 높이 부르며 죽어간다. 거기서 우리는 죽음ㆍ공포ㆍ외로움이 깔린 전장에서 병사의 마지막 숨길을 거두다 끝내는 부상병들을 격려하며 죽음의 길을 동행(同行)하는 목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 군에도 40여명의 군종신부가 있어 전후방에서 국토 방위의 임무를 띠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절을 보내는 젊은이들을 돌보고 있다. 병사들은 비록 신앙 면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의 상담자로 군종신부를 원하고 있고 군종신부는 바로 60만 대군을 대상으로 그들과 함께 고락을 나누며 목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본당 위주의 일반사목 못지 않게 군인사목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유혹에 빠지기 쉽고 아직 삶의 확고한 지표가 확립되지 못한 젊은이들을 사목한다는 것은 곧 교회의 내일을 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맘 때쯤 각 교구는 군종신부 차출에 상당한 애로를 겪는 모양이다. 그것은 군종신부의 길이 고생스럽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신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하고 몇 년 동안 거칠은 산야를 다니며 부대를 찾아 병사들을 만나야 하고 군의 규율 속에 생활한다는 것은 본당신부 노릇보다 몇 배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 일은 신부 아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모두에게 불안을 가져다 주는 일이라 하겠다. 교회가 그들을 등한히 한다면 그들은 교회로부터 한 발씩 멀어져 언젠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교회를 꾸짖어도 우리는 할 말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군종신부에 대한 교회의 뜨겁지 못한 지원이 현실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빚게 한 커다란 원인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그늘에서 떨고 있을 한 마리 양을 생각하는 자애로운 목자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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