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교황 바오로 6세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4만6천 킬로의 긴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로마」로 귀임했다. 교황이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매일 같이 신문 래디오 텔레비를 통해서 교황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그때마다 가톨릭교회의 존재가 우리 한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더욱이 교황「마닐라」도착시의 불의의 피습사건은 물론 불쾌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교회가 매스콤의 과녁이 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또 그때 마침 교황이 김 추기경과 포옹의 인사를 나눈 직후라 김 추기경을 통해서 온 한국 교회가 소개되는 계기도 되었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아전인수 격으로 교황의 이번 방문이 우리에게 준 이점만을 생각해서 말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교황의 아시아 방문의 성과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교황 바오로 6세는 아시아 민족들에게 교회의 본질과 복음과 사랑을 이해시키는 데 공헌이 컸다고 본다. 그리스도 문화권에 속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에 교회와 복음을 말로뿐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나타냄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은 재언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교황이 가는 곳마다 많은 군중이 모였고 대대적인 환영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욕심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 보인 것도 사실이다.
파키스탄에서 세계의 운명은 모든 국가들이 이번 해일의 재해민들을 구출하는 데 서로 얼마나 합심하며 일치단결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 말이나 월남과 월맹에 동시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모두가 복음의 정신에서 우러나온 것이며 중국인들을 찾아「홍콩」에까지 와서『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기 위해서』라고 말한 것은 인류의 구원을 갈망하는 마음을 명백히 드러냈다.
교황은 어느 한 국가의 이해관계에 매이지 않고 오히려 모든 국가를 초월하고 세계의 운명과 세계의 장래를 위해서 노력하는 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 것이다. 세계의 장래는 형제애로서 일치를, 일치로서 평화를 이룩해야 성취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둘째로 그는 정신 세계의 위력을 보여 주었다. 그는 위대한 영웅으로 개선가를 부르러 아시아에 오지 않았고 진실한 분, 인류를 사랑하는 분으로 우리를 찾아준 것이다. 물질문명과 쾌락주의로 메말라 가는 이 세상에 순교자 정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였고 인간관계가 최대로 복잡해진 이 시대에 사랑의 손길과 용서와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정신적 위기에 당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좋은 교훈이 되지 않는가. 사랑은 정신을 살리지만 욕심은 정신을 죽이고 정신이 죽은 곳에는 물질이 횡포를 부려 인간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첫째로 교황의 여행이 거둔 성과는 세계의 위기의 공통성을 나타내었다. 이번 여정에 저개발 국가뿐 아니라 오스트랄리아 같은 개발국가도 들어 있었다.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가 안정된 곳에는 물질주의가 왕성하여 인간을 부패하게 한다고 경고하였고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무신론의 유혹을 당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즉 빈자나 부자는 다같이 위협을 받고 있는 세상이다. 빈자는 육신생명의 위협을, 부자는 정신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간의 유대가 강화되고 희생과 양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랄리아 주교단에 이민들의 입국을 용이하게 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청한 것이 이러한 뜻이라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외에도 교황은 수없이 많은 연설과 강론과 메시지를 통해서 복음과 사랑의 정신ㆍ정의와 평화ㆍ일치와 화해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정신세계에 아직도 어두운 우리는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실효적인 것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파키스탄 재민들에 대한 좀 더 실질적 원조, 필립핀의 부정제거의 직접적인 효과, 오스트랄리아주의 문호 개방, 중공에서의 종교 자유 획득 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교황이 뿌린 평화와 복음과 정의의 씨를 성장시키고 개화 결실케 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끝으로 교황 바오로 6세께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비록 우리 한국에까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우리에 대한 그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은 그가 필립핀에서 보낸 대 아시아인 연설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한국의 특별한 상황 때문에 우리를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김 추기경을 통해서 우리 전체를 포옹한 것으로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이다.
교황의 관심에 보답하는 뜻으로 우리 각자는 좀 더 교회를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며 사랑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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