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자 가운데도 그런 사람이 있지만 천주교 신자들 가운데도 미사 의식의 간소회 현대화를 말하는 이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녀시절 우리집은 신교를 봉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꿈 많은 소녀의 상념은 소란한 신교례배 형식보다 천주교의 엄숙한 제의를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어린 나는 때때로 부모님 몰래 성당에 가서 그 미사 의식의 아름다움에 깊은 인상을 받곤 했다. 천주교의 교리를 깨달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종교적 제의에 황홀했던 것이다. 천주교에 입교한 후 그 모든 의식의 의미를 배우면서 미사절차의 하나하나가 다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온다.
외지에 가 있는 아들 딸들이 더욱 생각나는 때다.
그러나 종교상의 공통된 제의를 통해 멀리 헤어져 있는 사람들이 사랑과 평화 속에서 서로 손을 마주잡는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지상의 인류들을 같은 자비와 축복으로 감싸 주는 종교상의 제의. 그것을 통하여 영원의 대진리를 깨닫는다.
도스또엡스키의「죽음의 집」에 보면 흉맹한 죄수들이 크리스마스날 밤 미사를 올릴 때만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는 묘사가 있다.
역시 종교 의식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다.
세상이 간악해지고 인간의 생활이 고단해질수록 엄숙한 의식은 필요하다.
거칠은 죄인들이 경건히 꿇어앉아 깊이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엄숙한 의식 말이다.
그러나 가난하고 소박한 집안에 알맞는 간소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밝은 촛불이 켜진 깨끗한 식탁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포근한 의식을 올릴 수도 있다.
의식이란 호화로운 것은 호화로와서 좋고 조촐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또한 감동을 준다.
밤하늘에 수백억의 별을 움직이면서도 정연한 우주의 대법칙처럼 인간을 지배하는 영원의 권위는 미사제의다.
우리는 그 같은 형식 속에서 천국의 복음을 들을 수 있고 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의식을 먼저 익히고 그것을 통하여 신에 대한 모색이 시작될 수도 있다.
만일 미사의식을 현대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한 마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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