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데카배 쟁탈 축구 준결승전인 한국과 말레이지아 대전을 현지 라디오중계로 들으면서 상대방 선수들의 너무 잦은 반칙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선취점을 빼앗긴 데다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그들로 서는 있음직한 행동이겠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곳 관중들의 우리팀에 대한 계속적인 야유까지 겹쳐 우리 선수들이 자꾸 부상을 당하는 장면을 듣고 있자니 시합을 포기하고 퇴장해 버리면 관중과 선수들의 비신사적 행동이 다소 응징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보았다. 3년 전인가, 서울 운동장에서 한일축구전을 관전하면서 우리 관중들의 깨끗한 응원태도와 상대방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잊지않는 자세를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천성이 개결하다는 것을 미감(美感)한 적이 있다. 최근에 이르러 경제적 부강국들이 자원공급을 둘러싸고 자국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할려는 반칙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것을 보고 그냥 그대로 약소국이라고 해서 당하고만 있을수 없는 경지에 이른것이다. 운동경기에 있어서의 반칙이나 국가간의 경제거래에서의 그것이나 동질의 것임에는 이론이 있을수 없다. 며칠전 동창 P군과 함께 경부간을 항공편으로 왕복한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왕복편 모두日本人 단체관광객이 탑승해서 내국인은 몇 사람 되지 않았었다. 비행시간 60분동안 잘 알아들을수 없는 일본말이지만 그들이 비행기내의 모든 분위기를 제압하면서 소란스레 떠드는 것을 보고 P군은 문득 『저 사람들이 돈 좀 갖고와서 이 며칠 관광하는 사이 안되는 일이 없었으니까 저렇게 고압적인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곰곰이 새겨보았다. 확실히 그런것이다. 오늘의 일본이 경제대국으로의 발돋움에는 부지런한 노력의 결과로 보아야겠지만 패전의 상처를 경제적 쇼크로 급격히 아물게 한데는 한국동란이란 우리 민족의 비극이 기여해 준 아이러니칼한 면이 있는 것을 우리는 곧잘 잊고 있는 것이다.
남해안에서 생산된 활선어(活鮮魚)가 일본시장에서 인기를 끌어올릴즈음 그곳 후생성(厚生省)에서 한국산 생선에 수은오염 위험을 경고하는 바람에 수출에 타격 을입고 있는 일이 이즈음 일어나고 있다. 일본이 무역 자유화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것 같아도 수입된 외국상품에 대해서 지나친 관세를 부과하거나 전문기관으로 하여금 어떤 상품에 유해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발표케하여 불매하도록 하는 우회적방법으로 실질적으로는 이런 반칙을 통해서 보호무역정책을 집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것이다. 이른바 경제적 민족주의 내지는 경제적 진국주의(鎭國主義)가 국가간의 거래에 팽배해가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희생과 곤욕 위에 경제적부를 축적하는 것이 개인과 개인간에는 비윤리적이요 부도덕적이라고 해야하지만 국가간에는 이것이 적용되고 답습되어 오고 있는 국면이 있는 것이다. 어느 형사법정, 각성제 「히로뿡」을 밀조하여 일본에 수출한 사건의 변론에서 어느 변론인은 「히로뿡」이 내국인에게 판매된 일이 없고 전량이 일본에 밀수출된 이상 우리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외화를 벌어들인 것이니 야단스럽게 피고인들을 처벌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요지의 발언은 물론 윤리적 질서란 면을 잠시 접어둔다면 수긍치 않을수 없는 것이다. 2차대전 종전직후 독일이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을 달성하기까지에는 독일관_이 미군의 주요 기계 군수물자를 절취하는 사건은 가령 미군당국이 범인을 체포해서 인도하더라도 흐지부지 해버렸다는 일들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경기에도 허용되는 반칙이 있다. 경제적으로 국가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분명한 반칙에 응하기위한 허용된 반칙이 필요하다면 해야한다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인 것이다.
이 도도히 흐르는 경제적 민족주의 조류 속에서도 우리는 국가이익을 무리한 반칙없이 추구하는 현명과 지혜를 모아야 한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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