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에「바티깐」예수성성이 발표한 전례교서는 미사 밖에서 영성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해줌으로써 성체께 대한 신앙을 강조할 뿐 아니라 성체를 자주 영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는 신자들이 성체를 자주 배령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종래에도 미사 밖에서 영성체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성체 분배는 반드시 사제가 해야 했고 사제 외에는 성체에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교서에서는 사제나 부제가 없을 경우 주교의 허락을 받은 남ㆍ녀 평신도가 성체를 분배할 수 있게 했고 또 봉헌과 성체축성 부분을 포함한 전문부분을 제외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서 주일에 사제가 미리 축성한 성체를 모시고 미사의 시작부터 사도신경까지 그리고 주의 기도부터 강복과 파견까지를 공소회장이 주교의 허락으로 집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예절 중에 회장이 성체를 신자들에게 분배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우리와 같이 사제가 모자라고 공소가 많은 교회를 위해서는 대단히 좋은 규정이다. 더구나 우리 신앙의 근원이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한 생활이고 이 일치는 그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은 우리 신앙생활의 근본이다.
예수께서 수난 전날 저녁에 제자들과 함께 만찬을 하시던 중 빵을 드시고 이는 내 몸이니 받아 먹어라고 하셨다. 그는 당신 몸을 우리에게 주심으로써 십자가상에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와 함께 계시는 방법을 마련해 주셨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은 천지만물의 신비를 다 알아듣고 자연의 법칙을 다 파악하는데 있지 않고 면병 속에 계시는 예수님을 믿고 그를 받아먹는데 있는 것이다. 이렇게도 우리 신앙에 중요한 것이 성체성사이다. 모든 것이 성체로부터 시작되고 모든 것이 성체로 귀의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바티깐」에서 발표한 이 교서를 충분히 연구해서 우리 교회에서 적절하게 실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지방에 따라 독자적으로 이 규정을 시행에 옮기기보다 전국적으로 행동의 일치를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어떤 교구에서는 허락하고 어떤 교구에서는 보류하기보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로는 사제가 집전하지 않는 예절을 위한 예절서가 하루빨리 출판되어야할 것이며 셋째로는 이 예절을 집전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규정도 통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부제품을 줄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겠다. 성체성사는 성사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마구 취급할 수 없다.
사전에 적절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만일에 공소회장에게 미사 밖의 예절을 집전할 권한을 부여하려고 한다면 먼저 그 회장에게 충분한 교육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성체께 대한 신심의 양상은 신앙의 향상을 뜻하니 만큼 이번 이 교서의 시행에 많은 기대를 거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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