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당시 닉슨씨는 마치「부두 노동자」와 같은 인상이라는 평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닉슨씨는 얼핏 보면 심한 중노동으로 진땀을 흘리는 사람 같아 보인다. 한편에선 닉슨씨의 정면얼굴 모습이 차가운 인상을 주기에 TV회견 때 특수분장을 한다는 소문도 있다. 얼굴사진도 정면보다 측면사진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닉슨 씨의 땀은 진땀이 아니라 식은 땀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닉슨씨의 역정은 진땀과 식은땀의 뒤범벅인 것 같다. 국제문제에 있어, 그는 냉전시대를 화해의 시대로 바꾸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골치 아픈 월남전과 중동전을 불안하긴 하나 휴전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정치면에선 달라화의 위기로 대표되는 갖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워터게이트」민주당사도청 사건과 정치자금 不正收_와 같은 추문들의 집요한 추적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최근에 와서 이같은 추문은 대통령직에서 사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궁지로 그를 몰아넣고 있다. 특히「워터게이트」사건에 대한 그의 태도는 무언가 거짓되고 침침한 구석이 확실히 있음을 누구나 짐작케 했다. 진실과 정직이 통하는 미국에서 인간적인 신뢰에 금이 간 그를 그냥 둘리 만무하다.「도대체 믿을 수 없다」는 여론 앞엔 그의 높은 지위와 정치적인 공적 따위는 너무나 무력한 것 같다. 중공은 그를「전나무는 아무도 꺾지 못한다」는 뜻으로 니극송(尼克松)이라 불렀지만 거짓이 통하지 않는 미국에선 역시 여론에 약할 수 밖에 없는 정치인 닉슨이지 니극송은 아니다. ▲그러나 후진국에선 양상이 사뭇 다르다. 위정자들의 기만술책이 실로 다양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거짓말엔 세금이 붙지 않는 때문인지「선량」이모였다는 국회도 한갖 거짓말 콘테스트장같기가 일쑤다. 그러나 후진국 국민의「강요된 침묵」엔 한계가 없는지 잘도 견뎌낸다. ▲거짓말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의 무기라고 한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 무기가 무서운 위력을 가질지 모르나 믿는 사람들에겐 그렇지 못하다. 거짓말장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는 믿는체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있으면 거짓말장이는 더욱 대담해지고 훨씬 심한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어쩌면 닉슨씨는 미국국민에 대해 너무 대담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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