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왜관「피정의 집」에서 열린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는 주교회의와 그 산하 모든 기관의 기구와 임원을 대폭 개편하였다.
이 개편에서 핵심을 이룬 부분은 한국 가톨릭 중앙협의회(CCK) 사무처의 개편으로서 사무총장 직속부서로 총무부 사목부 출판부가 신설되었다. 중앙협 임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이와 같은 기구 보강은 당연하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목연구원과 중앙협의 통합은 전국 교회의 사목활동을 일사불란하게 관장하고 능률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거기에 따르는 업무량의 증대를 생각할 때 총무부의 증설도 적절한 조처였다고 보게 된다.
그러나 종래의 중앙협 운영에서 드러났던 일부 폐단에 관련하여 생각할 때 출판부의 운영에 대해서는 반성되어야 할 점이 있음을 지나쳐 버릴 수 없다. 종래에 중앙협이 전개한 출판업무는 방대한 것이었다. 원래 중앙협 업무에 없었던 출판사업을 시작한 명분은 전례서와 교리서의 통일적인 감준(監準)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업은 자연 그 업무량이 크고 운영의 성격이 복잡하므로 종래의 중앙협은 곧 출판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과 같은 인상을 띠게까지 되었다.
중앙협 출판사업의 이와 같은 확장은 또한 주교회의 예산을 이 출판 수익금에서 보조받고 있었던 데에도 한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위와 현상은 중앙협이 본래의 목적보다 방법에 치우친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되었다.
오늘날 국내외적으로 가톨릭이 짊어진 사명은 얼마나 막중한 것인가 하는 점은 세계사회와 국가사회 안에 정의ㆍ평화를 구현해야 한다는 하나의 과제만을 놓고 보더라도 쉽게 인식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제를 수행하는 길에서 성과가 없으면 가톨릭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의심받게 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따라서 한국 가톨릭 중앙협의회 본래의 업무목적 또한 막중하지 않을 수 없다. 좁게는 교회내 사목으로부터 넓게는 대사회적 사목에 걸쳐서 하나의 진리에 의한 일치된 보조와 활력을 도출하는 것이 중앙협의 사명일것이다.
이 사명에 관련하여 출판사업 운운하는 문제는 거론하기조차 쑥스러운 감이 있다. 전례나 교리에 관한 문제라면 감준권만을 중앙협이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협이 직접 담당함직한 출판사업으로는 홍보와 교육기능의 필요에서「경향잡지」라든가 그 외의 홍보수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례서 교리서 외에 일반단행본 출판에까지 손을 대어 막대한 업무량을 짊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또한 그 영업이 주교회의의 예산을 돕는 필요에서 권장되었다면 그 사실도 불합리하다고 보게 된다. 주교회의의 예산은 마땅히 교구별 재정능력에 따라 원만히 갹출되어야 할 것이다. 중앙협 본래의 업무와 출판업무 사이의 비중에 관한 조절은 앞으로 충분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 이번 주교회의 임원 개편에서는 평신도사도직 협의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총재가 바뀐 점 등 중요한 변동에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한편 중앙협 사무처인사에 있어서는 장차 적용될 일정한 원칙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각부의 책임한도 내지는 권리가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가톨릭의 모든 기관을 망라하여 다만 원칙적인 면에서 충실히 지도력을 발휘하는 중앙협 사무처 체제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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