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길을 가고 있는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니 이것은 성부의 계획을 따라 교회가 성자의 파견과 성령의 파견에서 그 기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선교교령 1장2항)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敎会에 주신 최대의 지상사명임을 재강조하는 공의회 말씀이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이 지상명령 수행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으며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하느님 대전에 성년의 전교의 달을 맞이하여 엄숙히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선교란 신자수를 증가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성세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자녀가 된 모든 신자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만민에게 전파하고 그리스도의 정신인 사랑과 정의와 봉사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서 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할 중대한 사명이다. 이 사명은 신자 모두가 지니고 있는 사명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초세기교회에서는 사제직뿐만 아니라 부제직이란 직책까지 두었던 것이다. 세대의 변천에다라 선교에 주력하다보니 전교사란 전문직을 시대는 요구한 것이다. 초세기교회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던 전교사의 역할이 오늘 이 한국에 있어서는 과연 어떤 실정에 놓여있는가 하는 문제는 양심있는 독자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전교사란 전문직을 아무라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한 무지의 소치로 큰 과오를 범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일정한 자격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기용되는 전교사가 신부의 종이나 고용인 강론준비의 협조자(외국인 신부의 경우) 심지어는 마당 청소를 하는 청소부 등 다양한 형태의 노무자로 취급당하고 있으며 명확한 책임한계도 없으면서 책임추궁의 대상으로 우롱당할 뿐만 아니라 뚜렷한 근무규약도 없이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인사규정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해임과 채용이 자유자재로 이루워지는 사례는 너무나 흔한 일로써 당연지사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또 각 본당마다 사무장은 있지만 전교사가 없는 곳도 허다하다. 그리고 선교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본당 사목위원회 전교부를 담당하여 전교사를 관장하려는 처사 등이 교회 안에서 묵과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전교사는 교회 안에 뚜렷한 그 위치를 갖고 있으며 전교사의 활동은 그 고유한 사명과 직책으로써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
그렇다고 전교사의 일을 대행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신부가 직접 선교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본당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미사와 성사집행 이외 대부분의 실무는 전교사나 수녀들에게 일임시키면서도 수녀와 전교사의 대우는 천양지차이가 있다. 사제관이나 수녀원에 비해 전교사는 골방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교회가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 싶다면 전교사를 오늘의 상태로 여전히 방치해 둔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임을 각성해야 할 것이다.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선교교령(2장3절17조)를 통하여 제시한대로 교회는 지난날을 반성하고『신앙과 교회의 발전을 위해 특수하고 필요불가결한 전교사』(동3행)들에게 인격적 대우를 마땅히 해야할 것이며『사제위수의 힘있는 협력자의 중책을 지닌 자』(동7행)로서의 위치가 교회안에 정립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교사에 관한 인사규정, 봉급규정 승진규정 퇴직 후의 사후대책 등을 전국적으로 일원화시켜『전교사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여 상응한 생활수준과 신분보장 사회보장에 배려있기를 바란다』(동18행)아울러 적당한 교육을 받은 전교사들이 권위를 갖고 신앙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전례행사에 법적사명이 부여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본다』(동28행)
그리고 인재양성의 부족감마저 느껴지는 오늘날 교리 신학원에서 2년 수업 연한의 전교사 교육과정을 마치고 장엄한 예식 하에 전교사로 파견되던 그들의 불타는 정열과 사명감이 인격대우 신분보장이 없는 차가운 교회현실에 부딪혀 무산된 채 전직되는 율이 69.5%나 되는 비정의 교회상을 볼 때 남은 30.5%의 전교사마저 전직 않는다고 누가 보증하겠는가 하는 문제는 심각하다(본보 제887호 10월 21일자 3면 참조) 이와 같이 기존제도 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최근에 와서야 각 수도단체들이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인재양성에 주력하고 있지만 교회 당국은 사제양성과 병행하여 평신도 인재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 과업은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므로 한국교회 전체가 대과제로 책임져야 할 중대한 과업임을 명확히 인식해줄 것을 바란다.
이상 몇 가지 서술한 문제점들이 해결된다고 해서 산적된 전교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부언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가볍게 취급되어 암장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며 하루속히 해결되어 전문화 분업화된 현사회에 한국교회가 발맞춰 교회 지상사명인 복음화가 하루 속히 이루어지도록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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