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법 이른바 민법중의 친족 상속법 중 남녀불평등 규정의 개정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관심을 끄는것은 논의의 주도자가 대부분 여성들이지만 상당수의 남성들도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이 문제를 다룬 세미나에서 여류변호사 L선생의 남녀평등 실현을 주장하는 열변을 듣고 감회가 많았다. 동서고금의 속담, 격구중에서 여성우위를 지적하거나 암시하는 글귀들을 모두 수집했을 뿐아니라 전 인구의 과반수인 여성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이라면 나머지 반수인 남성들에게 과감한 도전을 해야하며 원한다면 자신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세미나가 끝나고 같은 법조인으로서 선배인 L씨와 현행법이 과연 여성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있는가. 그 불편을 다수의 여성들이 실감하고 있는가. 우리의 사회 경제적 여건이 현행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는 경지에 이르렀는가를 토론했다. 나의 아내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남성들에게 전면적 도전을 할 사태가 생길 지경이면 나도 L선배와 같이 앞장서겠다고 말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남녀구별의 1차적 단계를 깨달을 만큼 자란 두 딸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놈의 남자아이와를 비교해야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수에 있어서 별수없이 이 개정문제를 호의의 눈으로 지켜볼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극단적인 입장인 외관상차이가 있는 규정을 모조리 동등하게 고치자는 주장에는 선뜻 마음을 내킬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한 남성으로서가 아니라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과학의 흐름을 겉핥기라도 해본 입장에서의 견해이다. 불평등조항을 법률조문의 해제상 평등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논거는 대체로 두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헌법에 명시한 남녀평등의 당연한 실현이고 둘째는 현행법이 남계혈통 우선의 부가장제적 전통을 유지케함으로써 가족계획에 차질을 가져온다는데 있다. 가족계획 차질은 현재의 관습과 전통 아래서는 부부가 아들을 낳거나 아들의 수가 딸의 수보다 많을때까지 출산하는 경향 때문에 산아제한 실현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여기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첫째의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의 실현이란 것은 외관상이나 획일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합리적 차등은 내포한다는 것이다. 남녀가 성별의 차이에서 오는 생리적 신체적 상위때문에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 및 책임의 범위가 근본적으로 차등이 있는 것은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의 가족계획 문제는 최근에 와서 젊은부부들의 경우 꼭 남자아이를 얻을 때까지 출산을 강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지고 남녀아이의 선호기준이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는 이상 출산율과 현행법을 연계시킴은 좀 무리가 아닌가고 보는것이다. 이 문제를 주도하는 입장에서 떠나 당사자들의 일방인 일반여성들은 정작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대학생에서 환갑을 넘긴 교장선생님에 이르기까지 40여 명의 여러 계층의 여성들 의견을 들어보았다. 우선 가족법의 골격이라고 할수 있는 남성 우위의 호주제도는 존치해야 한다는 적극론과 그냥 두어도 무방하다는 소극적 긍정까지 합쳐서 절대 다수가 이 제도의 평등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 골격을 유지하면서 친족의 범위 재산상속 범위 부부관계 등의 불평등규정을 완화 또는 보완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대체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전통과 인습의 개혁은 법조문의 변용만으로 목적을 달성할수는 없다. 법은 사회 경제적 여건을 용기에 담아두고 있는 질서인만큼 그릇의 내용이 변화되는 것과 긴밀한 상관관계에 있는것이므로 개정에는 많은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법 개정 문제를 단지 몇 사람의 호사가들의 관심사라고만 몰아붙여서도 안될 것이다. 개정해야 한다는 흐름과 현상 고수의 조류를 조화해야할 과제가 있는것이다.
박찬종(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