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은 『세계 나환자의 날』이다. 이날은 1954년에 프랑스인 교우 <라울 풀러로>씨가 해마다 1월 마지막 주일을 나환자들을 위한 날로 정하자고 제창한데서 시작된 것이다. <풀러로>씨는 구라운동(救癩運動)의 프랑스 대표일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수만명 나환자들의 아버지로 추앙되며 작년에는 한국을 방문하고 대량(大量)의 나병치료약을 선물로 가져온 분으로 그의 일생은 가톨릭의 신앙과 애덕을 바탕으로 하여 나병환자와 더불어 그들으 위하고 그들을 구하는데 일관해있는 것이다.
<풀러로>씨가 이「날」을 제창한 추지는 곧 우리 교회의 구라(救癩)에 대한 태도가 되는 것으로서 또 우리 교우들의 구라운동은 애덕으로 일관해야 된다는 것을 이날을 방하여 다시 한번 강조하자는 것이다.
이 「날」의 행사는 재래식의 소위 자선사업과는 달라야 할 것이니 무슨 단체를 조직하여 나환자의 비참상을 팔아 모듬(模金)운동이나 하자는데에 있어서는 결코 되지 않을 것이다.
이날을 기하여 우리는 이 절실한 문제에 대하여 첫째 인식을 더욱 깊게 하며, 둘째 이 불우한 형제들을 위하여 애덕의 본분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나환자는 두 가지의 병에 신음하고 있다. 즉 다른 모든 병자들과 같이 육체적인 병자체와 또 그릇된 명칭이기는 하나 소위 천형(天形)의 병을 안고 절망과 자포자기의 공포 속에 빠져있는 정신적인 병이 곧 그것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은 이 병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이며 전염성이 극히 희박한 병이라는 것은 벌써 상식화되어 있는 것이니 병자체는 『나환자도 일반병자와 같이 인간으로서의 체면과 자유를 손상당하는 일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시킴으로 해결의 날을 기할 수 있는 것이나 이 질환과 이 질환에 걸려있는 환자들에게 대한 그릇된 인식과 무식에서 오는 공포병에 걸린 건강인들을 치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이 불우한 형제들을 천시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 여기에 우리는 우리 교우들만이라도 참된 애덕으로 그들을 대하라고 강조하는 바이다. 이보다 더한 전염성을 가진 결팩에는 우리가 무관심하고 화류병환자에게는 관대한 우리가 무엇때문에 나환자들을 두려워하는가. 우리들은 천주님의 아들 딸, 우리의 형제들과 같이 기구하고 한손으로 성체를 배령하고 한자리에서 영복을 누릴 날을 기하여 그들에게 우리의 애덕을 실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