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뉴」미국 부통령이 사임했다는 보도를 읽고 생각 키우는 바가 많았다. 입지전중의 인물인 그가 그 어려운 주지사 선거를 거쳐 부통령 선거를 치뤄 그 자리를 굳혔는데 그만두었다는 것은 개인으로는 퍽 애석한마음 금할 길 없다. 문제된 사건이란 것이 주지사 재임 때의 일이요, 2만5천 달러를 친구로부터 받았다는 것이 골자이다. 2선 부통령을 그 선출 이전의 일로써 사임케 한 것은 정치적 복선이 있는 듯이 말한 논지도 있는듯하다. 그러나 그 복선이야 있든 없든 2만5천달러 환산해서 1천만원짜리 사건에, 오래전 일로 사임케 하는 미국식 사고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사임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여론인 것이다. 가끔 심상치 않게 보도되는 공무원의 독직(瀆職)사건의 기사를 생각하고 이 2만5천달러 케이스와를 비교해본다. 얼마 전 모 중앙행정 부처의 서기관급 과장이 4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수회(收賄)했다는 일은 이목을 끈바 있다.
그 중 2천만 원으로 강남지역에 토지를 사두었다는 것이다. 서기관이라 해봤자 월봉이 5만원 전후일테니 이 돈으로 가계유지가 어려울지 모른다. 좀 비약이지만 답답한 것은 4천만 원짜리 한 장을 척 받아내는 일이 있었으니 그만한 자리의 사건들이 얼마나 이루어질 것인가를 상상하는 일이다. 공직에 앉아서 일하는 재미 말고 돈 생기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그런 일들은 이 사건 말고도 얼마든지 듣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몇백원짜리 급행과를 내어야하는 그런 경우의 관정(官庭)의 비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경을 넘어서 자본축적의 의미를 가지는 부패에 있는 것이다. 많은 양심적인 공무원들 속에 한줌도 되지 않는 적은 수의 비위공무원들 때문에 전체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職의 규모가 커지는 경향을 우려하는 것이다. 어차피 월봉 이내의 생활이 어려운 것이라면 부패에도 한계를 지워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경우의 잘못과 노후의 여생까지를 염두에 둔 큰 부정과는 준별되어야 할 것 이다. 5년 전인가, 어떤 지방 소도시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양곡관리를 책임진 사무관급 공무원이 관련업자로부터 1백50만원을 받은 혐의로 소추되었다.
마침 같은 법정에서 도로보선일을 보던 5급 공무원이 그 큰 아들의 중학교 입학금을 관계시공업자로 부터 받은 사건을 같이 재판하게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의 가슴은 물론 거래된 금액의 외형을 갖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경우에서 얼핏 받아들여지는 그 내용의 딱한 정도는 누구나 감지할 수 있듯이, 뇌물에도 이론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절도에 있어서도「쟝발잔」적 생존을 위한 절취행위와 호사스런 생존을 위한「알카포네」식 강탈행위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우리의 간절한 원망은 이 쟝발잔적 행위범위 이내로라도 모든 부패를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공직을 맡은 사람은 지위고하간에 국가와 국민과 주민을 위한 소명의지에서 일을 처리하고 행동의 논리적 한계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이 소명감은 바로 공공정신과 직결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공무원은 국가를 위하여 무제한의 봉사를 해야하는 그런 개념의 공복은 물론 아니다. 보수를 받는 자유로운 직업인이라는 사조로 변천되어오고 있긴 하다. 그러나 국가가 어려운 입장에서 자립과 번영을 위한 벅찬 일을 해나가야 하는 우리의 처지에서는 어느 때보다 공복정신에 투철한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어떻든 공무원의 목직사건에는 이것을 가능케 하는 상대방, 즉 시민이 있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공공정신은 곧바로 시민인 우리에게도 가져져야 하는 것이다. 이 양자의 건전한 자세가 확립될 때 부패는 추방되고 이를 범한 자는 견디기 어려운 곤욕을 치루게 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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