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기둥 부등침하-도괴될 위험이 있어 주민들이 대피소동을 벌였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시민아파트 3호동의 진단결과다. 와우 아파트의 참극으로 시작된 시민아파트의 부실ㆍ날림공사 후유증은 날로 심화될 징조가 짙다. 창선아파트 3호동은 보수비가 신축비와 맞먹게 됨으로써 지은 지 겨우 4년 만에 헐어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타의 시민 아파트들도 이와 비슷한 운명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산꼭대기에 즐비하게 늘어선 시민아파트는 그 위치로 보나 도시미관상으로 보나 처음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날림공사를 한 것이 멀지 않아 어차피 헐어야 할 아파트의 운명을 재촉한 것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시민아파트는 엄청나게 값비싼 교훈을 준 것임엔 틀림없다. 부실한 기초에 날림공사를 해서 그럴듯하게 페인트 해 놓으면 일단 전시효과는 있겠으나 그것이 얼마 안가서, 실로 얼마 안가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교훈이다 ▲그런데, 요즘 교회 일각에선 예비신자 교리를 마치 시민아파트 짓듯이 날림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있다. 예비자 교리가 인간 이상의 절대자에게 매달리려는 본능적인 종교심만 일깨우는데 그치고 그것을 신앙의 차원으로 높혀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예비자들은 공자님이나 부처님 대신에 예수님을「그 자리」에 모신채 성세를 받는다고 한다. 더욱이「신앙심 없이 종교심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신학자가 될 수 있다」는 일침엔 깊이 져며드는 여운이 있다. ▲날림교리의 극단적인 예는 전군신자화 운동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모양이다. 군목이 부하장병들을 모아놓고 일장의 훈화 끝에 무더기로 세례를 받게 했다는 일화가 심심찮게 들린다. 졸병인 가톨릭 신학생이 두 번이나 어이없이 개신교의 세례를 받았다는 희화도 있다. 어떤 내무반에서는『야, ○일병 내 대신 네가 가서 세례 좀 받아와!』했다는 코메디 같은 실화도 있고. ▲예비자 교리에서 이 같은 극단적인 예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교리교육 과정을 통해 종교심의 차원을 넘은 신앙심으로 기초공사를 철저히 해줘야 할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겸허한 자세로 자기를 완전히 공(空)으로 비우고 신의 부름에 전인격적으로 무조건 응답하는 것이 신앙심의 차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사랑과 소망으로 가득 찬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에겐「골조기둥 부등침하」같은 현상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