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당신들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치시오』(마태ㆍ28ㆍ19) 예수 그리스도께서 만민으로 하여금 당신을 믿고 따르도록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내리신 전교의 지상명령이다. 전교의 명령을 받은 교회는 초세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전교사명을 수행할 것이다.
금년 성신강림 대축일을 기해서 시작된 성년에 우리는 처음으로 전교주일을 맞이하였다. 그러기에 이번 전교주일의 의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이 기회에 우리 모두가 새로운 각오를 가져야 하겠다.
역사적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폐막 된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워 온다. 이 공의회에서는 교회내외의 여러 사목분야에 걸쳐서 헌장, 교서 선언문에 발표되었다. 그 가운데서도「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인 전교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원칙과 지침이 내포되어있다. 그런데 이 지침에 따라 한국교회가 얼마나 전교에 노력해왔고 또 열중하였는지 반성해야한다.
물론 부분적으로 보면 전교에 열중하고 있는 분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보면 한국교회가 과연 얼마나 전교에 열중했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교하였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한국교회의 전교가 부진상태임을 자타가 공인 해야 한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책임이 주교들에게도 사제들에게도 전교사들이나 평신자들에게도 없다고 본다.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우리는 하느님께 솔직히 고백해야한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현 시점에 전교 부진의 책임만을 추궁할 것이 아니라, 지난날을 바탕으로 내일을 향해서 새로운 각성을 가져야겠다.
현대에 있어서 전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교가 예비신자에게 교리교육을 하고 세례를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전교란 바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현대인간들에게 전파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정신 즉 정의ㆍ봉사ㆍ사랑ㆍ일치의 정신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이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현대인간은 그리스도에게 신앙을 가지고 회두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은 참다운 의미에서의 정의ㆍ봉사ㆍ사랑ㆍ일치 등을 갈망하고 있고 가시적인 증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 모두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행동하고 생활할 때 전교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보자. 전교하기 위해서 예비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그리스도의 공동체 즉 주교단ㆍ사제단ㆍ평신자단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생활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만일 그리스도 공동체의 내부에서 어떤 분열이나 불의나 불화가 생긴다면 이미 그 공동체는 남에게 전교할 자격조차 상실하게 된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지 못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우리 모두가 깊이 자성해야겠다. 더욱이 우리는 화해의 테마를 내걸고 성년을 지내고 있기에 그리스도 공동체의 화해가 우선적으로 이룩되어야겠다. 그리스도 공동체의 화해가 없어 현대인들에게 전교한다는 것은 마치 사상누각을 세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의 그리스도 공동체는 정의의 공동체 봉사의 공동체 사랑과 일치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위에서 지적한대로 전교활동은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인 것이다. 즉 주교를 비롯하여 사제 수도자 평신자 모두가 의무가 있다. 전교활동은 하느님 백성각자의 직책에 따라서 모범적 생활과 증거를 생활로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전교활동이 교회 일부분의 막연한 활동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전교주일을 맞이해서 전교일선에서 직접적으로 전교에 종사하고 있는 전교사들을 생각해야겠다.
한국교회에서 현재 전교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주로 전교를 담당한 수녀들과 평신자 교사들이다 그들은 현재 각본당 각 학교 및 여러 단체 내에서 교리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전교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직책이야말로 한국교회에 있어서 극히 중대한 것이며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고 본다.
그들이 이와 같은 중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히 주교들과 본당신부들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협조가 절대로 심요하다. 무엇보다도 사목자들은 그들의 인격을 존중시할 뿐 아니라 그들의 직책과 사명에 충실하도록 지대한 관심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이밖에도 전교사들의 신분보장 응분의 보수 등 해결되어야할 문제는 많다. 이 모든 문제가 조속히 전국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전교의 사명을 각성하면서 성년을 보람 있게 지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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