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왜관「피정의 집」에서 금년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가 개최된다. 주교회의는 한국교회 사목행정의 최고협의기구로서 전 교구를 통한 중요한 사목방침이 결정되는 기관이다. 이를 국가기구에 비한다면 행정부의 각의와 맞먹는 것 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입법기관인 국회와 같은 신도대의원이 없는 현상으로는 전교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주교회의는 마치 신도들의 국회와도 같은 기능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교회의의 중대성이란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절대적이며 신도 전체의 지대한 관심을 모아야하고 또 주교들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백성인 사제단과 신도단의 전체와 긴밀한 일치 속에서 주교회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회의에 임하는 주교들에게는 전체 교회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이 점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며 우리 신도들은 이 회의의 성공을 위해 기도로써 또 관심으로써 기대해야 할 것이다. 사실 주교회의 중에 어느 교구나 본당이 주교들을 위한 특별한 기도를 바쳤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고 더구나 전체 교회가 주교회의의 성공을 위해 9일기도라도 바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주교회의에 대해 전혀 무관심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제단이나 평신도단이다. 어떤 이는 심지어 주교회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주교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신자 전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금년도 춘계 주교회의 때 말썽이 빚어졌던 주교회의 공개 필요성 문제도 문제의 제시방법이 잘못된 점이 있기는 했으나 실은 한국교회 내의 병폐 중에 하나인 상호유대관계의 부재를 시정하려는 데서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사태가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 이에 대한 타개책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우리 신자들의 신앙이 구령에 집중돼있어 교회에 대한 관심도 신앙의 중대한 일부임을 크게 깨닫고 있지 못하다는 데에 원인이 있겠다. 교회의 가르침 교회의 조직 교회의 움직임을 알고 생활하려고 하는 노력이 없이는 우리의 신앙은 유지 향상되기 어려운 것이다.
둘째는 교회에 대한 개념이 왜곡된데 유래한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인데 주교와 성직자가 교회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아직도 우리가 운데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교회는 주교와 성직자의 것인양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는 주교회의 자체의 문제들을 생각할 수 있다. 위에서 이미 지적한 것처럼 한국 주교회의는 한국교회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그런데 이 주교회의가 전체 교회에 미치는 실제적인 효과가 문제이다. 주교들이 회의석상에서 의결한 것을 자기 교구에 돌아가서는 실천하지 않는 예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무도 주교회의의 의결사항을 신중히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또 주교회의는 교구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두텁게 주고 있다. 내 교구 네 교구를 떠나서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서는 개별 교구의 이해관계를 초월할 줄 아는 회의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주교회의에서 다루어지는 의제가 문제시된다. 금년도 추계 주교회의의 의제 일부가 이미 몇 차례 보도되었다. 그 중에 대다수는 한국교회 사목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것들이고 구체적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의제의 수가 너무 많다. 전 세계 주교들의 대표들이 모이는 세계 주교 시노드의 의제는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 주교회의의 의제는 10여개가 넘는다. 아니 이것들은 의제라기보다 안건들이다. 회의를 이끄는 문제가 있기보다는 가부결정을 위한 제안된 구체적 일들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교회사목의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주교가 아니면 결정할 수 없는 문제 이외의 것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주교회의의 의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교회의는 마치 교회의 사업과 행사를 인가 또는 허가하는 기관처럼 나타난다. 이것도 물론 주교회의의 기능 중에 하나이긴 하나 주교는 교회를 다스리고 거룩하게 하는 권 외에 신자들을 가르치는 권 즉 교도권을 보유하고 있으니 주교회의 때에도 이 교도권을 최고도로 발휘해야 할줄로 생각된다. 주교회의가 끝나도「메시지」나 교서하나 발표하지 않고 주교들이 헤어지니 말이다. 이 교도권 행사에 있어 주교들은 직무유기의 감마저 없지 않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한 두 사람에게 연구하기로 위임하고 만다.
사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이것을 회의안에서 토의 연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며 주교들 자신이 가르쳐야 할 것이다. 주교단에서 발표한 교서를 주교들 자신이 그 내용을 완전히 명하지 못할 때 그 교서의 권위란 전혀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주교회의는 지금 우리 교회가 당면한 문제와 과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연구, 신자들에게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발표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너무나도 많다. 젊은이들의 신앙문제, 국가와 교회문제, 교회의 사회참여문제, 물질문명과 하느님의 개념 등등 우리 신자들을 가르쳐야 할 구체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
다시 한번 금년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의 성공을 빌며 이번 회의에서는 주교회의의 진로문제를 추가안건으로 삼아주었으면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