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성성에서는 사목협의회에 관한 회람장을 전세계 주교들에게 시달하였다. 그 주요한 내용은 이미 본보(882호 9월16일字)에 소개하였거니와 이 기회에 사목협의회의 성격과 진로에 대하여 고찰해보자.
사목협의회는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교회 생활에 참여하여 주교의 사목책임 수행을 도와주기 위하여 이번 공의회가 그 설치를 권고하였고 (주교직무 교령 27항) 현 교황이 몇가지 원칙을 정하여 주었고(교서 Eeclesiae Sanctae) 주교대의원대회(1971년)에서도 그 필요성을 표명한 기관이다.
교회의 본질적 구조에 의하여 교회안에 사목직권을 받은 이는 성직자요. 그 중에도 주교는 신품 교도재치를 망라한 완전한 사목권을 가지고 있음을 이 희랍장에서 다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주교는 하위성직자들의 유권적 참여를 얻어서 자기의 사목직무를 수행하며 필요하다고 생각할때는 성직자 뿐아니라 일반신자와도 협의하여 효과적인 사목권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교구내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 중에서 선임된 사람들로 구성된 사목협의회는 문자 그대로 협의기관이지 결코 유권적 대의기관이 아니며 따라서 그 자체로서 의결기관이 아니고 주교의 자문기관에 불과하다. 주교를 직접 보필하기 위하여 설치된 사제평의회는 주교에 대하여는 자문기관이지만 교구 사제들에 대하여는 진정한 대의기관이다. 그러나 사목협의회는 비록 실제에 있어서 교구민의 의사를 넓게 반영할수 있어도 아직까지는 진정한 대의기관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목협의회의 멤버는 교구민의 대의원이 아니고 주교의 의논상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지방에서 사목협의회의 성격을 오해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본당 단위의 사목협의회(지방에 따라서는 사목회 사도회 교무위원회 등으로 불리운다)의 소식을 들으면 놀라운 것이다. 사목협 의원들이 자기네들을 의결기관으로 생각하고 본당 신부를 집행기관으로 착각하여 입법부가 유권적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듯이 사목협의회가 유권적으로 본당 신부를 견제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니 마치 개신교에서 장로들이 목사를 견제하고 임면하듯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큰 착각이다. 본당 신부를 법적으로 견제하는 권한은 홀로 교구장만이 가지고 있다. 물론 본당 신부는 성의있는 대화를 통하여 본당 신자들의 뜻을 사목에 반영해야 되지만 소위 본당 신자들의 여론이라는 것을 어떻게 얼마나 참작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본당 신부의 고유한 사목권리이다.
교구 사목협의회에 준하여 구성된 본당 사목협의회의 성격이 이런것이라면 더욱이 교구 사목협의회의 자문적 성격은 뚜렷하다. 교구 사목협의회의 당연직 의장은 주교자신 외에 아무도 아니다. 그 명칭을 총재 회장 의장 등 무엇이라 부르든지 주교를 제외하고서는 사목협의회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여기서도 현명한 주교라면 최대한으로 이런 협의회의 종합된 의견을 존중하고 사목에 반영시켜야 하겠지만 그것을 판단하는 권위는 주교 자신의 권위이지 다른 아무의 압력도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공의회가 변경시킨 것이 무엇인가 반문할 것이다. 공의회는 신자들에게 더 많고 적극적인 참여를 명하였지 목자와 양의 위치를 뒤집어 놓지 아니했고 또 교리상으로 이런 전복은 불가능한 것이다. 교회 사목직의 권원(權源)은 그리스도 자신이요 여 사목직은 신품성사로써 받은것이지 신자 대중의 위임으로 받은것이 아니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사목협의회와 평신자 사도직 협의회의 혼동이다. 사목협의회는 주교의 사목을 협찬하는 기관이지만 평신자 사도직 협의회는 단위 사도직 단체들의 상호관계를 조정하고 그 활동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협의하는 모임이지 성직자의 사목책임에 직접으로 참여하는 기관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평신자 사도직 협의회 내부에 성직자가 들어있을 이유가 없다. 그 반면에 주교나 신부가 들어있지 않는 사목협의회란 존재할수조차 없는 것이다. 이 두 협의회의 목적과 구성이 판이한데 여러 교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기관을 동일시하는 모양이다. 또 본당에서 아무 사도직단체에도 가담하지 않은 사람이 교구의 평신자 사도직 협의회 또는 전국 협의회의 멤버가 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주주총회의 「총회꾼」과 같은 이따위 「협의회꾼」들이 비일비재하다.
본란은 일찍부터 성직자들의 독선적인 권위의식과 독재적 사목행정을 고발하고 평신자들의 지위와 권리를 옹호해왔지만 오늘 우리는 평신자 자신들의 책임과 권리의 한계를 분명히 밝혀서 성직자나 평신자가 각자의 정당한 위치에서 교회발전과 인간구원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하며 교회문제에 관한 것은 순전한 사회상식만 가지고 판단하거나 기획하지 말고 먼저 교리와 신덕에 의하여 사리를 따지고 어떤 경우에도 애덕이 증진되고 공익이 옹호되는 방법과 절차를 취하도록 새로 다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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