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체이면서도 유난히 차별대우를 받는 지체가 있다. 사람의 다리 끝에 달려서 땅을 디디게 된 부분인 발이 그렇다. 흔히 수건으로 얼굴도 닦고 발도 닦는 것을 보고 질겁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웅다웅하는 신혼부부를 보더라도 발에 대한 처우가 어느 정도인가를 잘 알 수 있다. ▲발쪽에서 보면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하루 종일 고무나 가죽에 갇혀 육중한 몸을 받혀주고 걸어다니는데 봉사해주고도 차별대우를 면치 못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발에 모든 영광과 생계까지 달려있는 축구선수에 있어서는 사정이 좀 다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수건으로 발부터 닦고 얼굴을 닦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발을 소중히 생각할 것은 틀림없다. ▲축구선수는 지체 중에서도 발에 이상이 생기면 그날로서 선수생활이 끝장난다. 그런데 축구선수가 소중한 발의 이상 유무를 제쳐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공차기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장선수로 국가대표팀의 주축이 돼온 이세연ㆍ박이천 두 선수가 코치들의 선수기용과 관리에 불만을 품고 돌연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스트랄리아와의 월드ㆍ컵 예선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은 팀웍이 파괴될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차라리 발에 이상이 생겼으면 문제는 덜 심각해질 것이다. 이같은 사태로 미루어 볼 때 축구선수에 있어서도 어쩌면 발보다 팀웍이 우위에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자중지란으로 팀웍 유지가 어렵게 되면 경기의 결과는 뻔하다. 지난번 고교 야구시즌 때는 우승후보에 오른 고교가 팀웍이 무너져 예선에서 아예 결장한 팀도 있었다. 어느 막강한 팀은 팀웍의 이상 때문에 퍼펙트게임으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기술이 출안하고 모든 지체가 뛰어나게 건장하더라도 팀웍에 혼란이 오면 패배를 자초하고 만다. 반대로 기술이 다소 달리더라도 팀웍이 훌륭하면 승자로 등장되는 실례는 흔하다. ▲비단「스포츠」뿐 아니라 교회의 포교활동도 팀웍이 없으면 우습게 된다. 불행히도 교구나 본당 또는 사도직단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화합하지 못해 질서가 없고 활동도 마비되고 있다는 비명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 국무외환이면 필유내우라는 문구에 비겨 종교박해의 필요성을 비장하게 강조하는 소리도 없지 않다. 인간은 본래 문제성을 띤 존재이기에 인간이 모인 교회 안에 약간의 잡음이 없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팀웍을 위협하는 사례는 출저히 제거돼야 한다. 이번 성년의 주제인「화해」는 바로 이 교회의 팀웍 유지 및 강화에 결정적인 효소가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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